(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금융지주와 은행들이 큰 폭의 순이자마진(NIM) 개선을 발판삼아 어닝서프라이즈 수준의 실적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장 금리가 상승하면서 저원가성 예금이 꾸준히 유입된데다, 대손충당금 환입과 지분매각 등에 따른 일회성 이익도 발생하면서 이익 규모도 커졌다.

금융당국이 사실상 가계부채를 옥죄기 위한 총량 규제에 나서면서 오히려 은행은 늘어나는 대출 수요에 알짜 수익을 챙겼다. 늘어나는 빚과 이자에 가계만 어려워졌을 뿐이다. 은행은 과거 어느 때보다 풍족한 시절을 보내고 있는 셈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 우리은행 모두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우선 예상치 못한 일회성 특별이익은 시장 예상치보다 적게는 1천억, 많게는 3천억이나 많은 순익을 선물했다.

신한금융은 지난 1분기에만 1조 원에 육박하는 순이익을 기록하며 시장 컨센서스를 3천억 원 웃돌았다.

회계 기준이 달라지며 신한카드가 3천600억 원의 대손충당금을 환입받은 게 실적을 견인했다.

KB금융도 8천701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 실적을 거뒀다.

그간 보유해온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BCC)의 지분을 매각하며 얻은 1천580억 원의 일회성 수익이 힘을 보태며 시장 예상치를 2천700억 원 가까이 넘어섰다.

민영화 이후 첫 분기 성적표를 받아든 우리은행도 6천375억 원이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중국 화푸빌딩 관련 대출채권 매각이익 1천706억 원이 유입되자 당기순이익이 시장 컨센서스를 1천300억 원 넘게 상회했다.

21일 실적을 발표할 하나금융지주 역시 5천억 원 수준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추가 충당금은 오는 2분기에 반영될 예정이라 1분기 실적은 견조하리란 게 금융권 안팎의 중론이다.

일회성 요인을 제외한 경상이익만 보더라도 1분기 금융지주사의 경상이익은 견조했다. 시장금리가 상승추세에 접어들며 NIM이 확연히 상승하고 있어서다.

이들 금융지주사의 NIM은 2%에 육박했다. 신한금융(2.01%)과 KB금융(1.95%)은 각각 5bp 안팎으로 상승했다. 우리은행(1.91%)은 무려 8bp나 개선됐다.

개별 은행 기준으로도 1.50% 안팎을 기록하며 지난해 1분기 이후 꾸준한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시장금리가 급등한 지난해 4분기의 기저효과가 반영된 데다, 저금리 성 예금에 힘입어 NIM의 상승 폭이 가팔랐다"며 "월별 기준으로 NIM 상승추세를 살펴봐도 올해는 꾸준한 반등 추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에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규제와 대기업 구조조정 분위기 속에 선제로 리스크 관리에 나서면서 자산 건전성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지난 3월 기준으로 금융지주사들의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안정된 흐름을 이어갔다.

신한금융은 0.76%, KB금융 0.88%, 우리은행 0.87%로 지난해 연말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전체 여신에서 1개월 이상 원리금을 연체한 비율도 0.3~0.4% 안팎을 기록했다.

가계부채를 옥죄는 규제 탓에 가계대출 증가액은 줄었지만, 중소ㆍ중견기업 중심의 소호 대출이 모두 늘었다. 대기업 대출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선진화된 여신심사를 도입하기 전 급증한 대출 수요는 견조한 이자이익의 바탕이 됐다.

또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은 이미 늘어날대로 늘어난 상황이라 당분간 은행의 주효한 수익원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라며 "구조조정 여파로 대기업 대출은 줄고 견실한 중견기업 중심으로 대출이 증가하며 여신부문의 양적, 질적 성장도 돋보인 성적표"라고 평가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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