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인터넷뱅킹이 은행업계의 새로운 플레이어로 등장해 돌풍을 일으키면서 시중은행들 사이에 때아닌 '디지털' 바람이 불고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이 향후 미래 성장 키워드로 떠오르면서 시중은행들도 변신의 몸부림을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손쉬운 '이자놀이'로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 있는 시중은행들이 시류를 쫓아 새로운 이벤트성 전략에만 골몰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조직개편을 통해 디지털뱅킹 사업의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전일 기존 스마트금융그룹을 디지털금융그룹으로 개편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디지털전략부를 새로 신설해 4차 산업혁명의 키워드로 떠오른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블록체인 등을 뱅킹과 접목한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기존 스마트금융부를 디지털금융부로 변경해 그동안 추진해 온 위비플랫폼 등의 사업을 고도화하고 새로운 사업 전략도 추진할 예정이다.

위성호 행장이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는 신한은행도 디지털뱅킹 사업 확대를 위한 조직개편을 준비하고 있다.

여러 부서에 산재한 디지털뱅킹 관련 부서를 한데 모아 시너지를 만드는 방향으로 추진 중이다.

신한은행은 지난해에도 디지털뱅킹 관련 전담 그룹을 만들기도 했으나 조직개편 와중에 사라졌다.

빅데이터 관련 사업은 개인그룹에서 디지털금융은 영업기획그룹에서, 디지털 전략은 경영기획그룹에서 나눠 맡고 있다.

신한은행 고위 관계자는 "당초 디지털뱅킹 그룹을 되살리기 보다는 전문성에 기반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향으로 조직개편을 고민하고 있다"면서 "상반기 안에는 윤곽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133곳의 점포를 32곳으로 80%나 축소한 씨티은행은 비대면 전문 센터를 도입한다.

말 그대로 영업점 금융서비스를 비대면 방식으로 옮기는 것으로 영업점에서 고객을 직접 상대했던 직원들을 상대로 비대면 채널 근무 지원을 받고 있다.

농협금융지주도 디지털뱅킹 확산에 매진하고 있다. 주력 계열사인 농협은행은 지난달 디지털뱅킹 현장전문가를 선발했으며,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도 추진하고 있다.

농협금융은 지난해 말 지주 내에 디지털금융단을 신설했고, 농협은행도 디지털뱅킹본부와 핀테크사업부, 빅데이터전략단을 만들었다.

KB금융지주는 미래금융부 산하 KB이노베이션 허브를 중심으로 핀테크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국민은행도 미래채널그룹에 스마트마케팅부와 스마트채널지원 부서를 만들었다.

KEB하나은행도 비대면 채널과 디지털 마케팅, AI, 빅데이터를 활용한 디지털뱅킹 사업을 확대 추진하고 있다.

주요 금융지주사와 시중은행들이 분주하게 디지털뱅킹 사업을 강화하고 있지만, 실제 성과를 낼지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비대면 시장의 가능성을 확인시켜준 케이뱅크의 돌풍도 초기 효과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쟁에 뒤쳐지지 않으려는 시중은행이 너도나도 같은 시장에 뛰어들고 있지만, 수익성을 담보할지는 미지수다. AI와 빅데이터 등을 활용하기 위한 물리적인 인프라 구축에 적잖은 투자가 필요해서다.

시중은행의 디지털 뱅킹에 대한 우려섞인 시선도 적지 않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이란 물리적 환경을 필요로 한 디지털 뱅킹이 고령 인구를 배제할 수 있어서다. 은퇴 이후의 삶을 보내는 노년층은 시중은행이 주목해야 할 또 다른 고객층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로운 시장이 열린 이상 수익성 다각화에 목마른 시중은행의 디지털 바람은 당분간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디지털 뱅킹이란 흐름 자체가 트렌드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하다 보니 조직 운영을 그에 따라 바꿔야 할 필요가 생기고 있다"며 "케이뱅크가 보여준 비대면 채널의 가능성을 선점하기 위해 시중은행의 조직도 과거보다 더 유연해 져야 한다"고 말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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