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백웅기 기자 = 달러-원 환율 연저점 돌파를 시도하던 서울외환시장 분위기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스캔들과 관련한 불확실성 여파로 확 달라졌다.

위험회피(리스크오프)에 레벨을 높인 뒤 앞서 한 달여 유지해온 1,120~1,140원대 레인지 흐름을 당분간 더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한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19일 "이번 주 초반 연저점 테스트를 예상했던 분위기가 확 돌아섰다"며 "트럼프 대통령 관련 정치 스캔들 뉴스에 탄핵 추진 얘기까지 거론되면서 시장이 갑자기 리스크오프로 반응하고 있어 달러-원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다고 1,130원대 중·후반대를 뚫고 가기엔 최근의 하락 요인들이 아직 다 소화된 것도 아니고, 역외 비드가 동반해야지 단순히 인터뱅크 포지션만으로는 레인지 상단을 돌파하기도 동력이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주 초만 하더라도 프랑스 대통령 선거를 거치면서 유럽발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우리나라 새 정부에 대한 기대 등으로 외국인 투자자 주식 순매수에 힘입어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연일 갈아치우는 등 완연한 리스크온 분위기였다.

이에 서울환시는 대외 이벤트보다는 국내 경기 펀더멘털을 주목하며 자체 수급 상황에 기댄 달러-원 숏플레이가 주를 이뤘다. 지난 16일 환율이 1,110원대까지 내려 서자 지난 3월 28일의 연저점 1,110.50원 돌파도 시간 문제로 보는 시각이 대부분이었다.

변곡점은 의외로 그간 달러 약세 재료로 생각해왔던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이 더욱 확대되는 모습에서 만들어졌다.

다른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해임하고서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뉴스가 나올 때만 하더라도 친성장 정책 기대에 따른 달러 강세를 되돌리는 재료로 해석됐지만 어느 샌가 리스크오프로 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단기적으로는 리스크오프에 달러-원 환율이 상승한다지만 추세마저 바뀐 것은 아니다"라며 "일정 레벨에 다다른다면 트럼프 리스크가 다시 정책 불확실성과 결부해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제시했던 금리 인상 경로에 대한 의구심 등이 불거져 글로벌 달러 약세로 반영될 여지도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상당 기간 이어져 온 방향성 없는 레인지 흐름에 기댄 시장 참가자들 자체 인식도 박스권을 벗지 못하는 배경으로 제시되기도 했다.

또다른 시중은행 딜러는 "1,120~1,140원대 박스권을 상정하고 너무 달러-원 환율이 빠지면 당국 개입에 대한 경계 심리에 자연스레 기술적 반등이 이뤄진다거나 1,140원선 근처에 이르면 고점 인식에 매도한다거나 하는 심리가 없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추세적으로는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른 국내 수출 실적 호조, 신흥국 통화 강세, 양호한 코스피 흐름 등으로 달러-원 하락 기조를 예상하지만 '트럼프 리스크'가 실제 위험으로 읽히는 상황인 만큼 하단을 뚫으려면 추가 재료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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