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백웅기 기자 = 문재인 정부 첫 경제사령탑으로 내정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수년 간 청년 문제에 대해 남다른 고민을 이어왔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우리 사회 문제의 구조적 개혁 방안에 대한 구상을 이달 초 발간한 저작 '있는 자리 흩트리기'에 담았다.

정통 경제 관료 출신의 김 후보자가 딱딱한 학술서가 아닌 에세이 형식을 빌려 책을 쓴 배경을 설명하자면 그의 쓰라린 가정사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김 후보자는 2013년 국무조정실장으로 재직하던 때 장성한 아들이 백혈병 투병 생활을 하고 있어 아들에게 삶의 의지와 힘을 북돋워 주기 위해 처음 책 출간을 계획했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 21일 자택 인근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큰 아들의 투병 의지를 살리기 위해 글쓰기를 좋아하는 아들에게 아빠와 책 한 번 같이 쓰는 게 어떤가 하고 물으니 말도 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긍정적 미소를 보내더라"고 책을 쓰게 된 과정을 설명했다.

그러나 "네가 힘들면 내가 구술을 해서라도 책을 쓰마"하고 약속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아들을 가슴에 묻었다. 3년 7개월 전의 일이었다.

아들과의 약속은 그 이후 공직에서 물러난 뒤 아주대 총장으로 취임하면서 본격적으로 추진해나갔다. 오롯이 그의 힘으로만 저작을 완성했다.

김 후보자는 "경제정책이 아니고 제가 느끼는 청년에게 주고 싶은 얘기를 조금 다른 각도에서 쓴 얘기"라며 "자신의 환경과 틀을 깨는 '유쾌한 반란'을 어떻게 할지, 사회 문제에 대해 시민들이 어떻게 깨어 있고 어떤 분야에 관심을 가져야 할지에 대해 얘기했다"고 설명했다.

유쾌한 반란이라는 명제는 그가 2015년 2월 아주대 총장으로 취임하며 내건 슬로건이었다. 당시 취임사에서 그는 "반란은 현실을 극복하고 변화시켜 우리가 바라는 미래를 만들고자 하는 가장 적극적인 의지의 표현"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책에서 그는 사회 문제를 현상적으로 볼 게 아니라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뜻에서 "'킹핀(kingpin)'을 쓰러뜨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킹핀은 볼링에서 세 번째 줄 가운데에 놓인 '5번 핀'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통 이 핀을 쓰러뜨려야 10개의 핀을 모두 쓰러뜨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맨 앞의 1번 핀을 저성장이라는 사회 문제로 보고 2, 3번 핀을 청년실업, 저출산이라는 문제라고 할 때 다른 구조적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 우리 사회 킹핀을 쓰러뜨리는 것이라고 해석했다"고 책 속의 내용을 소개하기도 했다.

김 후보자가 제시한 우리 사회의 킹핀은 사회보상 체계, 거버넌스(governance) 체계 변화였다.

그는 일례로 "사회보상 체계는 우리 사회가 어떤 노력과 어떤 길에 더 많은 보상을 결정하는가의 문제로 누가 더 혹은 덜 가져가는가 하는 문제"라며 "과거 좋은 학교, 대기업, 공공기관에 취업하면 많은 보상을 줬기에 너도나도 그 길을 가려 해 교육제도와 취업문제가 지금처럼 나타난 것"이라고 진단했다.

새 정부의 경제사령탑으로 내정된 직후 밝혔던 소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김 후보자는 "경제 문제에 있어 구조와 체질을 사람 중심 일자리 창출, 공정한 시장 경제를 구축하는 것이 근본적 개혁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책 속에서 구상했던 아들과의 약속을 제대로 지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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