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호 홍경표 기자 = 국민연금이 해외 연기금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익을 냈음에도 최우수 등급에서 밀린 이유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기금운용본부의 독립성과 기금운용위원회의 전문성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아 등급이 하락한 것으로 분석된다.국민연금의 특수성을 반영한 새로운 기금평가 지침은 '비계량평가' 비중이 높다.

2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2016회계연도 자산운용평가는 '양호'로 지난 2015년 '탁월(최우수)'와 비교해 2단계 하락했다.

기재부 자산운용평가는 매년 기금의 여유자산 운용실태를 살펴보는 것으로, 평가등급은 탁월, 우수, 양호, 보통, 미흡, 아주 미흡 등으로 나뉜다.

국민연금은 매년 최우수 등급을 받으면서 연금성 기금 중에서는 1등을 독차지했었으나, 올해는 처음으로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에 최우수 등급 자리를 내주게 됐다. (연합인포맥스 2017년 5월16일 8시30분 송고 '국민연금, 기재부 기금평가 등급 하락한다…'1등' 내줘야' 기사 참조)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은 지난 2015년회계연도에는 우수 등급을 받았으나, 올해는 탁월 등급으로 국민연금을 역전했다.

국민연금이 1등 자리에서 밀려나게 된 것은 새로운 기금평가지침이 도입됐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국민연금을 지금까지는 다른 국내 중소형 기금과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했으나, 올해부터는 규모와 성격이 유사한 해외 연기금과 비교하는 방식으로 평가했다.

새로운 평가기준은 계량평가 30%와 비계량평가 70%로 구성된다. 계량평가는 중장기(1·5·20년) 운용성과 평가와 해외 주요 연기금과의 실적 비교로 이뤄지며, 비계량 평가는 기금본부의 독립성, 기금운용위원회의 전문성, 지속가능성 등이 포함된다.

국민연금은 수익률 측면에서는 해외 연기금에 비해 크게 뒤쳐지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1년 운용수익률(4.69%)은 평가 풀안의 글로벌 6개 연기금 중 3등이었고, 20년 운용수익률(7.48%)은 2등이었다.





반면 비계량평가에서는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은 것으로 지적됐다. 기재부는 우선적으로 기금본부의 독립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기재부는 기금본부가 공단 내부의 한 부서로 소속되고, 본부장의 연임결정 권한이 공단 이사장에 있어 기금운용본부장의 예산, 인력운영, 투자의사결정이 자율적으로 이루어지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기재부는 국민연금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의 전문성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CalPERS)의 이사회도 국민연금처럼 가입자 대표자 중심으로 구성됐으나, 이사 임기의 장기화와 교육훈련 프로그램 등을 통해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국민연금의 포트폴리오 구성에 대해서도 기재부는 문제를 삼았다.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위해 자산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국민연금의 자산배분은 채권 55.5%, 주식 32.8%, 대체 11.2%였다.

기재부는 "국민연금의 실적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자산운용 평가시스템을 개선했다"며 "위험관리나 성과평가 등 운용 역량은 비교적 우수하나 기금본부의 독립성 등이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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