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씨티은행이 신용카드 사업과 연계한 할부금융 시장 진출 가능성을 금융당국에 타진했지만 퇴짜를 맞았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최근 금융당국에 신용카드와 연관된 복합할부에 한해 할부금융업 라이선스를 취득할 수 있는지 문의했다.

할부금융은 주택이나 자동차, 전자제품 등 금융소비자가 일시불로 사기 어려운 제품을 살 때 금융회사가 제조업체와 소비자 사이에 개입해 물품대금을 제조업체에 일시불로 지급하고 소비자에게서 일정 기간 분할해 물품대금을 받는 서비스다.

현재 카드 업계 1위인 신한카드를 비롯해 삼성ㆍ우리ㆍKB국민ㆍ롯데ㆍBC카드 등 금융지주나 대기업 계열 카드사들은 할부금융업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 관련 할부금융 시장이 커지면서 카드사 간 경쟁도 치열해졌다.

이에 씨티은행은 지난해부터 할부금융 시장 진출 여부를 검토해 왔다.

씨티은행의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고객 입장에선 전 업계 카드를 사용하는 고객보다 포인트 적립 혜택 등 할부금융을 사용할 때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혜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이미 경쟁이 치열해진 자동차 할부금융 시장만을 보고 인가를 요구한 게 아니다"며 "소비자 혜택을 위한 의도인데 은행계 카드만 제외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할부금융 시장 진출을 오랫동안 고민해왔다는 씨티은행의 요구에 당국은 언짢은 표정이다.

할부금융은 시중은행에서 시행하는 대출보다 좀 더 높은 금리로 이용할 수 있는 특수한 대출로 여겨진다.

과거 씨티은행은 계열사인 씨티캐피탈을 통해 할부금융 사업을 충분히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 2015년 10월 씨티캐피탈의 최대주주인 씨티은행은 오케이저축은행(아프로서비스그룹)에 씨티캐피탈을 전격 매각했다.

당시 씨티은행은 한국 시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본사 측에서 소매금융에 집중하라는 전략 차원의 결정이라고 설명했지만, 당국의 시선은 싸늘했다. 대규모 일자리가 줄어드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할부금융업 진출 등을 고민한 상황에서 캐피탈을 매각하는 것은 진정성이 떨어진다는 게 당국의 입장이다.

법상 문제도 존재한다.

여신전문금융업법상 신용카드업에 대한 할부금융은 여전사거나 여전사가 되려는 법인만 가능하다. 물론 은행 등 다른 법률에 따라 설립된 기관도 예외적으로 여전업을 등록할 수 있다.

하지만 겸영 여신업자로 분류되는 씨티은행이 이미 신용카드업을 하는 상황에서 할부금융까지 추가로 허용하는 것은 여전법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게 당국의 해석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에까지 할부금융업을 허용하면 과도한 경쟁으로금융회사의 수익성 악화, 시장의 혼란이 생길 것"이라며 "자회사 매각 이전에 충분히 고민했어야 하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금융권 안팎에선 최근 잡음이 지속하는 씨티은행을 두고 국내 비즈니스 방향이 잘못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올해로 출범 13년을 맞이한 씨티은행은 최근 133개 지점 중 80%에 달하는 101개의 지점 통폐합을 결정한 바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아무리 세계적인 은행이어도 현지화 전략이 필요한데 급격히 자회사를 매각하거나, 지점을 대규모로 축소하는 것은 보이지 않는 부작용이 수반되는 경영 전략"이라며 "이 모두가 일자리와 관련된 일인 만큼 노조 측과는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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