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이르면 내년부터 금융자산 비중이 높은 삼성과 현대차, 한화그룹 등에 대한 금융당국의 감독이 강화된다.

금융지주사는 아니지만 사실상 금융 기업을 소유하고 있는 대기업의 지배구조에 메스를 들이대 과도하게 쏠린 경제력을 완화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25일 국무회의를 열고 관계부처 합동으로 이러한 방안을 담은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을 확정했다.

우선 정부는 삼성과 현대차, 한화, 동부 등 금융과 산업이 결합한 재벌 계열 금융회사는 물론 미래에셋 같은 지주사 체제가 아닌 금융 전업 그룹에 금융그룹 통합감독시스템을 적용할 방침이다.

그간 금융당국은 국내 금융회사를 업권별로 분류해 개별 회사의 건전성이나 자본 적정성 등을 평가해왔다.

하지만 금융 자회사와 비금융 자회사 간 자금거래가 그룹 전체의 부실이나 금융 소비자 손해로 이어지는 경우가 발생하며 이에 대한 대응방안 필요성이 커졌다.

2013년 발생한 동양사태가 대표적이다.

당시 동양그룹은 대부업체 자회사 동양파이낸셜대부를 통해 계열사에 불법적으로 자금을 지원하는가 하면, 동양증권(現 유안타증권)을 통해 자회사 기업어음(CP)과 회사채를 판매해 4만 명의 개인 투자자에게 1조 넘는 손실을 안겼다.

동양사태를 계기로 재벌 금융그룹에 대해 통합감독시스템을 적용해야 한다는 논의가 진행됐지만, 대기업의 반발로 논의가 지지부진했다.

현재 금융당국은 내달 금융권과의 공청회를 열어 금융감독 통합시스템의 적용 대상과 기준 등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시스템 도입에 대한 논의가 처음 진행됐을 당시엔 ▲금융자산 5조 원 이상 ▲그룹 내 금융자산 비중 40% 이상 ▲금융업권별 자산 비중 10% 이상인 그룹이 적용 대상으로 거론된 바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삼성과 한화, 동부, 태광, 미래에셋, 교보생명 그룹 등이 포함될 것으로 금융권은 내다보고 있다.

금융계열사의 자본 적정성을 평가할 때 계열사 간 출자지분을 제외하는 방안도 담길 것으로 예상한다.

예를 들어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 7.55%를 삼성생명의 자기자본에서 제외하는 방식이다. 이때 감독대상 그룹에 속한 금융계열사들은 자기자본을 추가로 확충해야만 한다.

특히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의 경우 그룹 내 순환출자 고리를 끊고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핵심 지분으로 평가되고 있는 만큼, 통합감독시스템을 통해 그간 비난받아 온 대기업의 순환출자 구조를 단계적으로 해소하는 방안이 되는 셈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시장에 알려진 기준은 유럽연합(EU)에 근거한 모델인데 일단 적정 수준으로 시스템 도입 후 대상의 범위를 좁힐지 늘릴지에 대해 검토해야 할 것"이라며 "이중 규제에 대한 논란도 익히 알고 있는 만큼 새 정부의 취지에 걸맞은 수준에서 도입 수준을 결정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그 밖에 소액주주의 경영권 견제를 위한 다중대표소송제와 전자투표제, 집중투표제 도입도 의무화된다.

570조 원의 국민 노후자금을 굴리는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거버넌스도 대폭 개선된다.

정부는 오는 하반기 기금운용위원회를 상설화하고 기금운용 의사결정 과정과 투자 내용, 자산 내역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을 골자로 한 자산운용지침 가이드라인을 도입할 예정이다.

더불어 소극적이던 의결권 행사도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함으로써 적극적으로 바꾼다.

그간 거수기라는 비난을 받아온 기관 투자자의 사회책임투자 비중을 늘려 주주권 행사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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