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곽세연 기자 = 4월 말, 5천억 원을 들고 5년 만에 차익거래 시장에 화려하게 컴백한 우정사업본부(우본)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코스피가 2,450선을 뚫는 가운데서도 '더 안정적으로 올라간다'는 기대로 투자 심리가 안정되고 변동성이 극도로 축소되자, 변동성 플레이를 하는 우본의 수익률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 변동성이 유지되면 우본의 차익거래 수익률이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 수익률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온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피는 지난 21일 종가 기준으로 사상 첫 2,450선 시대를 열었다. 장중 2,453선까지 올랐다가 이후 이틀간 소폭 조정에 들어갔지만, 2,400선에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인다.

선물가격에서 현물가격을 뺀 시장 베이시스는 전일 0.84포인트를 기록했다. 지난달부터 0.50~1포인트의 좁은 박스권에 머물러 있다.

변동성 정도를 나타내는 VKOSPI는 최근 9.82까지 내려가 역사적 저점을 기록했으며, 10 아래 저점에서 정체가 길어지고 있다. 이는 급락 불안감이 줄어들었다는 의미로 투자 심리가 견고하다는 뜻이다.

선물과 현물의 가격이 크게 벌어졌을 때 차익거래 유인이 생기는데, 일별 베이시스는 물론 장중 베이시스 역시 거의 변동이 없어 변동성 플레이어들에게는 최악의 조건인 셈이다.

우본의 자금을 받은 자산운용사가 지시하면 증권사 파생영업팀이 주문을 넣는데 워낙 변동성이 없다 보니 운용사가 원하는 가격에 주문을 넣지 못해 신경이 날카로워진 일도 있었다.

5월만 해도 코스피 사상 최고치 행진 속에서 추가 상승 전망이 엇갈리면서 선물이 현물을 따라가지 못하는 차익거래 기회가 종종 있었지만, 6월부터는 이마저 사라졌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우본이 지난달부터 100억 원을 돌리면 100만 원, 0.1%의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일주일에 2번 정도 사고 팔면 0.2% 정도의 수익률이 나온다는 계산이다. 우본은 과거 8천억 원 규모로 차익거래에 투자해 6%의 이익을 얻은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 흐름이면 1년을 돌려도 수익률이 1~2%에 머문다는 얘기"라며 "정기예금 금리보다 못한 수익률에 우본의 고민이 많다"고 전했다.

우본은 12개 자산운용사를 선정해 5천억 원으로 차익거래를 시작했다.

시장 상황에 따라 최대 8천억 원까지 자금을 늘리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수익률이 뚝 떨어지면서 추가 집행은 없고, 오히려 자금 축소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우본은 파생 담당자들과 함께 하반기에 변동성을 키울 요인이 뭐가 있는지도 조사했다.

다만 우본이 "차익거래의 목적이 수익률을 위한 것이라기보다 안정적인 투자수단이 하나 더 생겼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있으며 운용수익도 중요하지만, 기관투자가의 역할 수행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공언한 만큼 투자 규모를 대폭 줄이지는 않으리라고 보고 있다.

또 최근 2거래일 외국인의 매도 공세에 코스피가 주춤하면서 투자 심리가 엇갈릴 조짐이 나타나고 있어 향후 변동성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우본이 차익거래 시장에서 5천억 원 정도의 자금을 유지하는 한, 우본의 ETF 수요를 위한 LP들의 '사자'세도 있는 만큼 대형주 수급에는 우호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110조 원 가량의 자금을 굴리는 '큰 손' 우본은 올해 4월부터 차익거래 수수료가 다시 면제됨에 따라 2012년 이후 5년 만에 차익거래 시장에 돌아왔다.

sykw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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