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지난 봄 미국의 중형 은행 3곳이 파산했고, 유럽의 CS는 UBS로 넘어갔다. 온통 위기였던 지난날에서 불과 3개월이 지난 지금 글로벌 증시는 그 위기를 기회로 새로운 강세장을 펼쳐가고 있다.

미국 3대 지수는 연일 신고가를 쓰고 있다. S&P500지수는 최근 4,300을 넘어섰다. 종가 기준으로 4,300선 것은 지난해 4월 이후 처음이다. 나스닥지수도 지난해 4월 이후 최고치를, 다우지수는 지난 4월 28일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일본 증시는 33년 만에 전고점을 돌파했다. 대표 지수인 닛케이 지수는 32,000선을 상회했는데, 1990년 버블경제 붕괴 이후 33년 만에 최고치다.

연초 이후 닛케이 지수는 23.6%, 토픽스 지수는 17.6%, 미국 S&P500 지수는 12.0% 올랐다. 한국 코스피도 18.5% 오르는 등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

골드락스 효과다. 골디락스는 금(Gold)과 머리카락(Lock)의 합성어로, 영국의 전래동화 '골디락스와 곰 세 마리'에 등장하는 주인공 금발소녀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골디락스는 세 마리의 곰이 각각 만든 죽을 맛보게 됐는데, 하나는 너무 뜨거워 먹기 힘들었고, 하나는 너무 차가웠다. 마지막 하나인 먹기 좋게 적당히 식어 있는 죽을 먹고 기뻐했다는 얘기다. 이것에 비유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과열되지도 얼어붙지도 않은 편안한 상태, 이상적으로 최적화된 경제 상태를 뜻하게 됐다.

투자자들은 지금이 그 골디락스라고 본다. 매크로 시장 전문가들은 당분간 이런 분위기가 지속되고, U자형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기대도 내비친다.

코로나19 시절 무차별적으로 풀었던 돈을 빠르게 거둬들이는 '비정상의 정상화' 속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강력한 긴축으로 경기가 확 꺾여버릴 수 있다는 우려는 여러 번의 금리 인상에도 현실이 되지 않음을 눈으로 확인했다. 경기는 완만하게 하강 중인데, 엔비디아 실적을 열어보니 빅테크 기업들이 경기 둔화를 상쇄할 수 있을 것 같다. 연착륙과 같은 완만한 둔화도 기대해볼 만해졌다.

이제 긴축을 쉬어갈지, 아예 끝낼지 연준이 갈림길에 있을 정도로 인플레이션도 어느 정도 잡혔다. 연준은 간밤 금리를 동결했다. 올 하반기 금리를 더 인상하는 매파적 입장을 시사하면서 추가 긴축을 사실상 예고했지만, 지난해 3월부터 약 15개월간 10차례 연속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렸던 연준이 이번에는 금리 인상을 건너뛰었다.

엔비디아는 하나의 신호탄이 됐다. 미국의 경기 침체 예상에 뉴욕 증시를 떠났던 서학개미를 다시 불러들였다. 엔비디아가 실적을 발표한 지난달 25일 삼성증권이 미국 주식 주간 거래를 시작한 이후 가장 많은 거래량을 기록했다. 우리나라 시간으로 낮에 미국 주식을 거래할 수 있도록 편의성을 높인 서비스를 통해 국내 투자자들은 미국 주식을 약 6천230만 달러(약 810억원) 거래했다. 올해 일평균 거래대금의 3배가 넘는다. 엔비디아 효과로 3거래일 후인 30일에도 주간거래 서비스 출시 이후 두 번째로 거래량이 많았다.






이전 미국 주식 주간거래가 많았던 날은 빅 이벤트, 단기 테마로 움직인 날이다. 주간 거래가 폭발했던 2022년 2월 24일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 이슈가 본격화한 날이다. 2023년 3월17일 못지않게 주간 거래가 터졌던 당시는 미국 대형 은행의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 지원, 실리콘밸리은행(SVB) 예금 전액 보호 발표가 있었던 날이다.

최근 서학개미는 50대, 60대가 주도였다는 점도 엔비디아가 바꿔놓은 투자 지형이다. 5월25일 미국 주식을 낮에 거래한 고객을 보니 50대와 60대의 거래대금이 절반을 훌쩍 넘었다. 역시 엔비디아가 당일 총거래대금의 절반을 차지했고, 마이크로소프트, AMD 등 엔비디아 발 훈풍에 따른 반도체 관련 주요 종목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테슬라가 이끌던 서학개미는 20~30대 젊은 층이 많았다.

간밤 엔비디아 주가는 장중 430달러까지 올라 또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올해 들어서는 200% 이상 폭등했고 시가총액은 종가 기준으로도 1조 달러대에 안착했다.

숱한 골디락스를 겪어본 경험자들은 안다. 이것이 허상일지라도, 헛된 기대일지라도 지금은 올라타야 할 말이라는 것을. 엔비디아는 그 선봉장이다. 그 중심에 중년층이 있다. 어쩌다, 골디락스가 그래서 반갑다. (투자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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