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홍경표 기자 = 국민연금공단 이사장과 기금운용본부장(CIO) 자리가 동시에 비면서 공공투자 등 주요 정책이 속도를 전혀 내지 못하고 있다.

600조 원의 자산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의 공백에 시장의 혼란도 가중되고 있어, 박능후 신임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민연금 '재정비'를 위해 이사장과 CIO 선임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공공투자가 국민연금기금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용역 입찰이 유찰됐다.

국민연금기금 공공투자의 타당성 검토와 적정 공공투자 영역ㆍ방식ㆍ규모 검토 및 실증근거 마련, 재무적·사회적 수익성 등 공공투자의 효과성 검토가 이번 연구의 내용이다.

국민연금은 공공투자를 본격화하기 전 타당성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용역 입찰 자체에 실패하고 재입찰을 하게 돼 오랜 기간 지연된 스튜어드십 코드의 전철을 밟게 됐다.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도 올해 초부터 거론됐지만, 이사장 공백에 도입 절차가 계속 늦어졌다.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 코드 관련 연구용역 입찰을 진행했으나 두 차례나 유찰돼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의지 자체를 의심받았다.

이에 국민연금은 용역 예산 금액을 기존의 8천만 원에서 2억 원으로 상향해 연구용역 입찰을 진행해 지난 24일에서야 연구 기관을 선정했다.

수장 공백 속에서 '땜질'식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새로운 정책 추진은커녕 현재 상태도 유지하기가 버거운 실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문형표 전 국민연금 이사장이 지난해 말 구속되자 국민연금은 이원희 직무 대행체제에 돌입했다. 여기에 강면욱 전 CIO마저 이번 달 국민연금을 떠나자 기금본부도 비상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국민연금 이사회 멤버 9명 중 4명은 이미 임기가 만료됐지만, 후임이 없어 국민연금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이원희 기획이사의 임기도 종료됐지만, 비상시국이어서 계속해서 이사장 대행 업무를 보고 있다.

기금본부의 전주 이전 전후로 운용역은 계속해서 퇴사해 새 정부 들어 할 일은 많은데 인력은 부족한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박 장관이 취임 이후 국민연금 이사장·CIO 선임 절차 진행 등 국민연금 '정상화'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문재인 정부는 국민연금의 지배구조 개선과 공공투자,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는데, '최순실 사태'로 만신창이가 된 국민연금이 현재 상태로는 정책을 수행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새 수장이 누가 될지 시장에서도 궁금해하고 있다"며 "이사장과 CIO 선임 후에는 국민연금이 운영이라는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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