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경상수지 흑자 축소와 해외투자 증가가 맞물리면서 서울외환시장의 수급 구도가 달라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3일 발표한 '2017년 6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우리나라 상반기 경상수지 흑자는 362억7천만달러였으나 금융계정은 326억9천만달러 순자산 증가를 보였다.

경상수지 흑자로 벌어들인 금액에 맞먹는 수준의 금액이 해외투자로 빠져나가는 흐름이다.

상반기 경상수지 흑자만 비교하더라도 흑자 규모는 지난해 상반기 516억9천만달러 대비 154억2천만달러 감소했다.

해외 생산과 해외현지 부품 조달이 늘면서 수출이 둔화되고, 유가 상승 등으로 수입은 늘면서 경상수지 흑자폭은 점차 줄었다.

여행수지, 운송수지 악화에 따른 서비스수지 적자 규모도 급격히 확대되면서 경상수지 흑자에 타격을 줬다.

이와 달리 국내투자자들의 해외 투자는 증가했다.

금융계정에서 해외 투자로 빠져나가는 자금을 반영하는 직접투자와 증권투자를 합치면 총 597억8천만달러에 달한다.

내국인의 해외 직접투자는 올해 상반기 174억1천만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111억1천만달러보다 63억달러 늘어난 수준이다.

내국인의 해외증권투자도 상반기 423억7천만달러로 지난해 상반기 285억1천만달러에 비해 138억6천만달러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해외주식 투자가 171억9천만달러, 해외채권 투자가 251억8천만달러를 나타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보다 각각 75억2천만달러, 63억4천만달러씩 증가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해외투자자들이 국내에 직접투자한 금액은 71억3천만달러, 국내 주식, 채권시장에 투자한 금액은 231억3천만달러였다.

금융계정에서 집계된 내국인의 해외투자에서 외국인의 국내투자 금액을 제외하더라도 295억2천만달러가 해외로 빠져나간 셈이다.

이 자금이 상반기에 경상수지 흑자로 벌어들인 362억7천만달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0%가 넘는다.

금융계정에서 경과성 계정인 기타투자나 이익실현에 따라 차이가 생기는 파생금융상품, 준비자산 등은 제외했다.

물론, 이 금액이 전액 서울외환시장에서 현물환으로 환전되는 것은 아니다.

수출 호조에 따른 경상수지 흑자로 들어온 금액이 과거처럼 원화 강세를 마냥 이끌 수 없음을 보여주는 흐름이다.

한 외환시장 참가자는 "달러-원 환율이 글로벌 달러 약세에 한번쯤 1,100원선을 시도할 것으로 봤지만 쉽지 않았던 이유는 외환시장의 수급 구조 변화 때문으로 본다"며 "경상수지 흑자는 줄어드는 반면 국민연금 등의 대기 수요와 국내 투자자의 해외투자 관련 달러 수요 등이 늘면서 원화 강세 압력이 줄어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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