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실업률과 물가 상승률의 역의 관계를 설명하는 필립스곡선의 무용론이 재차 불거지고 있다. 고용시장의 급격한 기술적 환경 변화가 수십 년이 지난 필립스곡선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진단도 제기된다.

지플러스 이코노믹스(G+ Economics)의 레나 코밀레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4일(현지시간) CNBC를 통해 "우리는 임금과 고용 관계에 있어 지난 1987년형의 필립스곡선에 매몰되어 있다"며 "실업률과 물가의 역 관계를 설명하던 이 모델은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시장은 이 곡선에 기초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인플레이션 결과를 예상함으로써 물가 지표를 오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연준의 정책과 대차대조표, 금리 수준 등을 고려하면 상당 부분 지난 2007년의 모델을 따르고 있는데, 시장은 여전히 20년 전의 경제 모델에 머물고 있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코밀레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긱 경제(gig economy)'와 핀테크에 주목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긱 경제란 기업이 정규직보다 필요에 따라 계약직이나 임시직 고용을 늘리려는 경제 상황을 의미한다.

그는 "현재 엄청난 구조적 생산성과 기술이 변화하는 시점에 있다"며 "사람들은 직장을 찾는 데 있어 직업의 안정성에 더욱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급격한 기술 발달로 임시직이나 프리랜서 등의 고용 형태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임금 상승 등은 구직의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려날 수 있다는 얘기다.

코밀레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 통화정책회의와 물가지표 등에 대응해야하는 투자자와 전략가들은 이런 새로운 경제 모델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필립스곡선의 회의론은 연준 내부에서도 제기되는 등 그동안 실효성 논란이 꾸준히 있었다.

라엘 브레이너드 연준 위원은 지난 2015년 10월 "물가와 자원(노동)활용에 있어 고전적인 필립스 곡선의 영향력은 현시점에서 매우 취약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임금이 급속히 오르지 않는다는 사실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임금협상 능력이 여전히 취약하다는 것을 시사한다는 점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최근에는 연준 소속 이코노미스트들이 발간한 보고서(2017년6월)를 통해 실업률이 자연 실업률보다 낮아지면 물가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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