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남승표 이재헌 기자 = 대우건설 매각을 앞두고 사장 사임이라는 변곡점을 맞이했다. 박창민 전 사장의 자진 사퇴로 최고경영자(CEO)리스크는 제거했지만 동시에 리더십 공백에 처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사장 사임 자체는 기업가치에 중립적이지만, 매각이 진행되는 동안 주가 상승을 낙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조윤호 동부증권 연구원은 14일 사장 사임과 관련해 "대우건설이 사장 역량으로 크게 변모했던 상황도 아니고 매각하는 입장에서 봤을 때는 나쁜 이슈는 아니다"며 "사장 공백에 큰 의미는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 자체로만 보면 주가가 대단히 싸서 올라갈 여지가 있다고 보지만, 부동산 규제가 강하게 들어와서 지금으로써는 건설주 자체가 긍정적인 상황은 아니다"며 "대우건설 주가도 오른다고 장담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대우건설이 사장 대행체제로 간다면 대주주인 산업은행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강해지는 면은 있지만 매각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만약 사장 공모가 병행된다면 시장이 진성매각 여부를 의심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대우건설은 올해 상반기 5조7천54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주택부문 매출만 2조원을 넘겼다. 영업이익은 4천669억원을 쌓아 상반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문제는 현 정부 출범 이후 사업여건이 급변했다는 사실이다.

정부가 6·19 대책을 내놓은 지 40일 만에 8·2 대책을 발표하면서 이달 첫째 주 서울 아파트값은 75주 만에 하락 전환했다. 보유세 인상 등 추가 대책이 남아 있고 연말까지 글로벌 금리인상과 수도권 입주물량 등 악재가 대기 중이다.

8·2 대책이 발표 전 8천100원선을 넘었던 대우건설 주가도 이제는 7천300원을 오르내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리더십 공백까지 불거졌다.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사장 공모 없이 대행 체제로 매각일정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미 건설업계에서는 대선 캠프 이력을 내세우는 대우건설 전직 임원들이 뛰고 있다는 설이 파다하다.

대우건설은 지난 참여정부 시절 사장 연임과 관련해 불거진 구설로 한차례 비극을 맞이했던 일이 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내부 후보군에서 차기 리더십을 선출하는 대우건설의 불문율을 깨고 산업은행이 외부 출신인 박창민 사장을 선임했지만 결국 중도하차했다"며 "대우 출신임을 내세우는 후보군에 대한 내부 분위기도 우호적이지 않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9월 말 매각공고를 예정한 상황에서 사장공모를 추진한다면 사실상 매각 철회와 마찬가지"라며 "이는 산업은행 관리하에 있는 조선·해운기업 정상화에 대한 정부 의지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시그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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