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장순환 기자 = 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가 서민금융복지 증진에 초점을 맞추면서 저축은행과 신용카드사, 보험사 등 제2금융권에 대한 압박이 강해지고 있다.

특히, 대선 당시 약속했던 실손보험료 인하와 가맹점 카드 우대수수료 확대, 대부업 최고금리 인하 등 서민금융 공약실천이 속도를 내면서 관련 업계의 긴장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1월부터 대부업 최고금리를 24%로 인하하기로 하는 한편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에 따른 실손보험료의 인하도 유도하고 있다.

영세 및 중소 가맹점의 범위는 이미 확대됐고, 신용카드 수수료율의 추가 인하도 예고했다.

대선 당시 선거 공약으로 건 내용이 많은 만큼 관련 업계에서는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지만, 예상보다 빠른 정책 추진에 반발 기류도 형성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새 정부의 서민금융 지원 의지는 이미 선거 때부터 핵심 공약으로 제시된 사항"이라며 "다만, 강도와 추진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 업계에서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금리 인하·우대 수수료 가맹점 확대 '설상가상'

저축은행과 신용카드사 등 2금융권은 대부업 최고금리 인하 방침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최고금리를 내년부터 24%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대선에서 법정 최고금리를 20%까지 낮추겠다고 공약했지만, 임기 중 단계적으로 금리가 낮춰질 것이란 관측이 확산했던 것을 고려하면 빠른 속도의 정책 추진이다.

저축은행중앙회 따르면 주요 저축은행의 가계신용대출은 최고금리 부근인 27% 이상 금리대가 가장 많다.

카드업계도 국내 8개 전업계 카드사 중 비씨카드를 제외한 모든 카드사의 현금서비스 최고금리는 24%를 넘는다.

최고금리가 업계에서 예상하던 25% 이하로 하향 조정되면 당장 최고금리 체계를 수정해야 하는 등 업체들이 부담이 커지지는 상황이다.

신용카드 업계는 이미 우대 수수료율이 적용되는 영세, 중소 가맹점의 범위를 각각 연매출 3억 원, 5억 원 이하로 확대했다.

금융위는 우대 신용카드 가맹점 확대로 연매출 2억∼5억 원 규모의 영세·중소 가맹점에 연간 80만 원 안팎의 수수료 절감 효과가 발생해 전체적으로 연간 약 3천500억 원 안팎의 카드수수료 부담이 경감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만큼 카드사의 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정부는 내년 말 수수료 재산정을 통해 수수료율을 추가로 낮추겠다고 예고했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새 정부의 주요 모토 중 하나가 더불어 잘사는 경제로 현 정부 내내 소상공인·자영업자 역량 강화를 위한 지원 노력이 계속될 것"이라며 "대부업과 이자제한법상 최고금리를 일원화하고 단계적으로 20%까지 인하한다는 내용도 현금서비스를 취급하는 카드사에는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자동차보험료에 실손보험료까지 내리고 또 내리고

보험료는 이미 자율화가 된 부문이지만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자동차보험료와 실손보험 등 서민 생활과 밀접한 분야의 보험료 인하 압박이 커지고 있다.

최근 들어 국내 대형 손해보험사들은 일제히 자동차보험료를 인하했다. 지난 7월 동부화재를 시작으로 현대해상, 삼성화재, KB손해보험 등 대형 손보사가 자동차 보험료 인하를 발표했다.

보험사들은 고객에서 받은 보험료 대비 고객에게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인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개선됐고 앞으로 손해율 추이도 좋을 것으로 예상해 자동차보험료를 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의 보험료 인하 압박 역시 중요한 인하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정부가 이른바 '문재인 케어'를 발표한 이후 건강보험 보장성 대책 강화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자동차보험료 인하 이후 실손보험료 인하 압박도 커질 전망이다.

정부는 2022년까지 비급여의 급여화를 통해 의료비를 통제하고, 건강보험 보장률을 현재 63%에서 70%로 높일 계획이다. 정부의 보장률이 높아진 만큼 실손보험료의 인하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실제 금융감독원은 이미 '문재인 케어'와는 별도로 보험사들의 실손보험료 책정에 대한 감리를 진행하고 있고 다음 달 중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이번 감리 후에도 '문재인 케어'가 실손의료보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보험료 책정의 적절성에 관해서도 판단을 내릴 예정인 만큼 앞으로 실손 보험료 인하 압박은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번 발표로 현재 손해율이 높은 실손보험 보험금 감소로 실손 손해율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결국 보험료 인하로 이어질 것이기에 단순히 호재로만 받아들이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이병건 동부증권 연구원은 "실손보험이 확실하게 정부 통제로 들어가게 되고 이에 따라 사후적으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로 말미암은 손해율 개선 부분이 보험료 인하 대상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대통령도 구체적으로 민영 의료보험료 부담을 언급했고, 앞으로 공·사보험협의체가 운영될 예정"이라며 "실손보험은 확실히 정부 통제 범위로 들어가게 되고, 과거 자동차보험과 같은 길을 걷게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덧붙였다.

sh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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