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장순환 기자 = 정부가 이른바 '문재인 케어'라 불리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계획을 발표하면서 실손보험료 인하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커지고 있다.

관련업계와 전문가들은 정부의 의지와 국민적 기대는 크지만, 일반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손보험료 인하가 현실화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오는 9월 안에 보험사들의 실손보험료 책정에 대한 감리를 마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문재인 케어가 실손보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을 통해 실제 보험료 인하 여력에 대한 분석에도 돌입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당국의 노력에도 단시간 내 실손보험료 인하에 필요한 충분한 준비를 마치는 데 시간에 부족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9월 중 마무리 예정인 실손보험의 감리는 현재 보험사들이 파는 실손보험의 적절성에 관한 조사"라며 "일반적으로 기대하는 실손보험료 인하 여력에 대한 분석과는 다른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에 "문재인 케어와 관련된 실손 보험료 인하 여력에 대한 연구는 보험개발원 등에 용역을 준 상태로 9월 발표와는 별개의 사안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관련업계에서도 실손보험료 인하에는 논란의 여지가 많은 만큼 사회적 합의에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선 현재 실손보험의 가입자 규모나 손해율 등의 통계 수치는 발표 기관에 따라 차이를 보이고 있어 이해관계에 따라 대립이 심각한 상황이다.

국내 주요 보험사들은 2015년 기준 손해율이 129%이고 작년 역시 131%로 전년보다 상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이와 같은 통계는 가입자 보험료 중 부가보험료를 제외하고 산정한 손해율로 적정성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건강보험정책연구원에서 자동차 보험 산정방식을 적용해 추정한 2014년 실손보험의 손해율은 80.1%이고 보건사회연구원에서 단독상품 대상, 합산방식을 적용한 손해율은 97%로 발표 기관마다 통계에 차이를 보였다.

이에 국정기획자문회의는 실손보험료 인하 계획을 발표하며 "보험사에서 언급하는 손익에 대해서는 충분한 검증이 필요하며, 손익에 대한 표준화 된 산정방법을 마련하고 검증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밖에도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계획에 대한 의료계 등의 반발도 중요한 변수로 꼽히고 있다.

이번에 발표한 '문재인 케어'의 핵심은 2022년까지 3천800여 개 비급여 진료 항목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건강보험 보장률을 현재 63%에서 70%로 높이는 것이 목표다.

정부의 계획대로 비급여 진료 항목이 줄어든다면 보험의 손해율이 낮아질 수밖에 없지만 현실화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실제 의료계에서는 '문재인 케어' 정책을 내놓은 직후 큰 우려감을 나타내고 있다.

진료비 원가에 대한 적정한 보험수가가 책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건강보험 보장률만 높인다면 병원 경영에 차질을 빚어 결국 의료 전달 시스템 붕괴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이에 일부 의사단체는 '정부의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 저지와 의료제도 정상화를 위한 비상연석회의'(비급여 비상회의)를 구성해 오는 26일 광화문에서 문재인 케어 반대 집회를 열겠다는 생각도 밝힌 상황이다.

또한, 표준화 이전에 판매된 보험의 경우 현재 보험과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보험료 인하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고은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신규 실손보험 상품으로의 교체를 유도해야 의료 쇼핑 감소 효과를 볼 수 있어 과거 계약, 특히 표준화 이전 판매된 실손보험의 보험료를 대폭 인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과거 실손 보험료의 일부 인하와 신규 실손 보험료의 대폭 인하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정책 발표로 실손보험료 인하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단시간에 보험료를 인하하기에는 논란의 소지가 많아 정부 의지대로 단기간에 눈에 띄는 변화를 이끌어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shjang@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