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한용 기자 = 그룹 리스크가 자기자본 규제에 반영되지 않을 경우 자기자본의 적정성이 왜곡될 수 있는 만큼 그룹 리스크를 금융감독정책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기영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27일 KDI 정책포럼에 실린 '그룹 리스크 반영을 위한 금융회사 자기자본 규제 개선 방향' 보고서에서 이같이 제언했다.

현재 시행 중인 금융회사 자기자본 규제를 검토한 결과 보험업과 증권업에서 계열관계로 인한 그룹 리스크가 반영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 데 따른 것이다.

그룹 리스크는 금융회사와 비금융회사 등 다수의 기업으로 구성된 그룹에 소속돼 계열회사와 출자를 포함한 다양한 금융관계를 형성하며 발생하는 위험을 말한다.

일례로 2013년 동양 사태와 같이 그룹 지배주주가 금융업 계열회사에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해 금융회사의 경영 건전성이 훼손되는 지배구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또 금융회사가 자금을 제공한 계열회사의 경영이 악화하더라도 자금을 회수하는 것이 여의치 않아 계열회사의 부실이 금융회사로 빠르게 확산할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은행을 제외한 보험·증권 회사가 다른 회사들과 수직·수평적 계열관계를 통해 대규모 기업집단을 형성하고 있어 이들에 대한 그룹 차원의 건전성 감독체계 도입이 필요한 상황이다.

보험업의 경우 계열회사 지분에 대한 보험회사의 자기자본 산정 기준 중 일부가 그룹 리스크를 반영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보험회사의 자본 적정성이 과대평가될 우려가 있다.

증권업의 경우 계열회사 출자액을 종류와 관계없이 전액 자기자본에서 차감하고 있어 자본 적정성이 왜곡되어 평가될 소지가 있다.

이 연구위원은 따라서 "계열회사 지분보유 등으로 인한 금융회사의 그룹 리스크가 자기자본 규제에 반영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험업 자기자본 규제의 경우 블록 쌓기 방식의 적용이 어려운 계열회사 지분에 대해서도 전액 공제 방식을 적용하는 등 그룹 리스크를 반영하는 조정 방식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견해다.

블록 쌓기 방식이란 금융회사가 계열회사를 지배하고 있을 때 이들을 하나의 통합된 자기자본 규제대상으로 인식해 위험 대비 자기자본 적립 수준을 평가하는 방식을 말한다.

전액 공제 방식은 계열회사에 대해 블록 쌓기 방식을 적용하기 어려울 경우 금융회사가 보유한 계열회사 지분 전액을 자기자본에서 차감하는 것이다.

증권업 자기자본 규제의 경우 증권회사와 자회사의 자기자본과 필요자본이 통합적으로 관리될 수 있도록 블록 쌓기 방식을 도입하는 등 관련 규정을 개선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연구위원은 "출자관계 등에 따른 그룹 리스크가 자기자본 규제에 적절히 반영된다면 이를 그룹 건전성 감독과 유사한 문제의식에 의해 수립된 금산분리 규제의 개선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융회사의 비금융회사 지분보유를 제한하는 일부 규제를 자기자본 규제로 대체한다면, 계열관계로 인한 위험 수준에 비례하는 금액을 자기자본으로 적립할 의무가 금융회사에 부과돼 금융회사의 자금이 전용되는 문제를 다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h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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