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전소영 기자 = 8월 금융통화위원회가 끝난 후 서울채권시장이 금리 인상 시기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시작했다.

시장참가자들은 1일 금통위에서 금리 인상에 대한 포괄적인 시그널을 제시했다며, 시기를 저울질할 일만 남았다고 평가했다. 채권시장은 여전히 내년 금리 인상에 무게를 두면서도 올해 안에 인상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금융통화위원회는 전일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만장일치로 동결했다. 이주열 총재는 북한 리스크와 사드 부작용에 주시하면서도 견실한 국내 경제 성장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가계부채의 총량이 높아, 통화완화 기조가 장기간 지속할 경우 금융 불균형이 심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외리스크가 불거졌음에도 이 총재의 매파적 기조의 흔들림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서울채권시장은 금리 인상 시기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채권시장은 시그널은 인지하면서도 혼란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언제쯤 제거될지, 주요국 통화정책은 어떤 흐름을 보일지 등 안갯속에 쌓인 재료들이 산재했기 때문이다.

시장참가자들은 대외 재료를 걷어내고 국내 경제 지표로만 본다면, 올해 금리를 올려도 이상하지는 않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한은은 이미 4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효과가 반영될 경우 10월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추가로 상향 조정될 가능성도 열려있다.

그럼에도 채권시장이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을 확신하지 못하는 이유는 대외 변수다. 한은은 통화정책의 주요 고려 변수에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를 언급했다. 이달 열릴 유럽중앙은행(ECB) 회의와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관건이다. 지난 달 열린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과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시그널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8·2 부동산 대책 효과도 가늠해야한다고 진단했다. 이달 중순 발표될 가계부채 종합대책도 확인해야한다. 두 정책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경우 경제에 미치는 효과를 살펴봐야 한다는 의미다.

이 총재는 8월 금통위에서 "부동산 시장 침체를 걱정할 상황이 아니다"고 언급했다. 대책 발표 한 달만에 한은의 평가가 나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9월 가계부채 대책 발표가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을 가로막을 상황도 아니다.

시장참가자들은 일단 한 차례 금리인상을 염두에 두고 운용에 집중해야 한다고 전했다. 시기를 가늠하기는 여전히 어렵지만, 연내 인상을 해도 이상하지 않은 환경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한 시중은행 채권딜러는 "이주열 총재는 매파적 기조를 이어가면서 향후 금리인상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며 "여전히 내년에 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올해 남은 금통위 동안 금리가 인상된다고 해도 이상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채권시장은 채권 금리가 이미 기준금리 인상을 한 차례 반영했기 때문에 여전히 변동성은 제한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한 증권사 채권딜러는 "어제 금통위가 끝난 후 채권시장에서는 향후 금리인상에 대한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되는 듯하다"면서도 "이미 채권 금리가 한 차례 금리인상을 완전하게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불확실성이 해소된다는 차원에서 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syjeon@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