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우리 경제계에 주름살이 깊게 패이고 있다. 한마디로 내우외환이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잇달아 발사한 데 이어 6차 핵실험까지 하는 등 강도 높은 도발을 계속하고 있다. 제재와 압박 카드가 제대로 먹혀들지 않는 가운데 북한이 대담한 도발을 연거푸 감행함에 따라 한반도 긴장의 수위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개정 협상이 진행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FTA 폐기를 거론한 것도 우리 경제엔 악재다. 트럼프 특유의 협상용 발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으나 우리 정부조차도 FTA 폐기를 가능성 중 하나로 검토하고 있다는 말이 나올 만큼 살얼음판 협상이 진행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핵 위기 국면에서 경제 이슈인 FTA 폐기 문제까지 부상했다는 건 큰 부담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FTA에 민감한 자동차와 철강업계는 한숨만 푹푹 내쉬고 있다.

사드 보복으로 인한 중국발 악재도 우리 경제에 실질적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만난 기업체 관계자들의 입에선 "중국발 악재는 꽤 오래 갈 것 같다"는 말이 공통적으로 나왔다. 한반도 주변 역학관계상 한중 관계가 회복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며 그 여파로 경제에도 악영향이 있을 것 같다는 푸념이 쏟아졌다.

외부악재도 산적하지만, 내부 악재도 만만치 않다. 통상임금 판결과 최저임금 인상 후폭풍으로 기업체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한다. 정권 초 기업체에 대한 사정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어 재계 전체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검찰에서 다루고 있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방위산업 비리 의혹을 비롯해 국세청이 최근 압수수색을 진행한 ㈜한화와 한화테크윈, 공정거래위원회가 맡고 있는 하림 일감 몰아주기와 현대모비스 물량 밀어내기 조사, 경찰이 수사 중인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의 자택 공사비용 조사 등 각 사정기관에서 다루고 있는 기업 관련 이슈들이 끊임없이 나타나고 있다.

외생변수는 우리가 대처할 수 있는 뾰족한 수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대내 변수만이라도 잘 관리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과거의 잘못은 분명히 가려내고 엄벌에 처해야겠지만, 우리 경제의 건전한 성장을 위해 미래를 내다보는 노력도 동시에 해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로벌 경쟁사들은 4차산업과 인공지능으로 무장한 채 앞으로 나아가는데 우리는 과거에 발목 잡혀 미래를 보지 못하고 퇴보의 길만 걷고 있다는 지적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대외적으로 힘든 시기에 국내에서만이라도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길 기대해본다. (산업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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