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정부가 8·2 대책 후속조치에서 대구 수성구를 투기과열지구로 추가 지정하며 선정 기준에 의문을 남겼다.

최근 한 달간 집값이 크게 올랐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지만, 수성구를 포함해 대구는 주택경기가 크게 위축됐던 곳이기 때문이다. 가격 회복세로 해석할 수 있는 데다 한국은행은 이 지역의 주택경기 위축을 전망하는 등 다른 해석을 내렸다.

7일 한국감정원 부동산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대구 수성구의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101.5를 기록했다. 전월보다 1.5포인트 상승했다. 한 달 새 집값이 1.41% 오른 결과로 같은 기간 전국에서 집값 상승률이 두 번째로 높았다.

그 결과, 대구 수성구는 세종시라는 특수 성격의 도시를 제외하고 비수도권에서 처음으로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됐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대구 수성구는 청약경쟁률도 높았고 주택보급률과 자가보유율도 투기과열지구 조건에 해당된다"며 "교통망 개선이나 개발사업 등의 고유 재료에 단기적으로 투기수요가 유입됐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모니터링의 시계를 조금만 넓히면 대구 수성구가 규제를 받을 만큼 부동산 경기가 좋았는지 의문이 남는다.

2년 전, 대구 수성구의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101.6으로 지금보다 더 높았다. 2년 전보다 집값이 떨어졌다는 뜻이다(-0.1%). 최근은 가격 회복세였던 것으로 볼 수 있다.

대구의 행정구역 중에서는 중구만 2년 전보다 집값이 0.49% 올랐고 나머지는 모두 하락했다. 대구 달성군이 4.86%로 낙폭이 제일 크고 북구(-1.87%)와 달서구(-1.38%)가 뒤를 이었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는 3.1% 상승했다. 전국 아파트 가격은 3.08% 높아졌다. 지방권은 0.7% 오르는 데 그쳤는데 대구는 수성구를 포함해 모든 지역이 이보다 부진했다.

이 때문에 한국은행은 올해 6월에 지역경제보고서를 발간하면서 대경권(대구·경북권) 주택경기에 대한 이슈 모니터링 보고서를 첨부했다. 투기과열지구 지정 전인데 수축국면이 전망됐다.







한은은 "올해 상반기 중 대경권의 주택매매 및 분양 시장은 모두 수축국면이라는 평가가 크게 우세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주택가격이 하락하면서 거래와 시장참가자의 심리가 위축됐다는 응답 비중이 높았다"고 말했다.

이어 "필요한 주요 정책과제로 구도심 개발, 소형 및 임대주택 건설 추진 등이 거론됐다"며 "적정 수준의 주택공급, 서민 친화적인 주택금융정책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고 전했다.

대구 수성구는 서울과 함께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서 주택금융규제를 받아 거래 단절 현상이 우려됐다. 이 여파는 대구 주변으로 퍼져 재건축·재개발이 지연되고 도시재생사업에서도 소외될 처지다. 한번 투기과열지구가 되면 해제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지역 경기 위축의 도화선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대구는 공공부문 발주가 감소하면서 지역제한입찰제나 지원 방안 등이 논의될 정도로 건설 쪽 분위기가 좋지 못했다"며 "최근 한 달만 보고 투기과열지구가 된 것은 정부의 메시지를 보여주는 과정에서 잘못 찍힌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jh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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