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연이은 북한의 도발로 지정학적 우려가 고조되자 최근 은행 PB센터를 중심으로 안전자산으로 급부상한 백금(플래티늄ㆍPT) 판매를 희망하는 곳들이 느는 추세다.

하지만 '백금=안전자산'이라는 데 대한 은행권과 금융당국의 시각이 엇갈리면서 백금 거래는 시중은행에 허용되지 않고 있다.

이에 은행들은 금과 은 이외에 다른 실물자산 투자를 찾는 고객의 수요를 충족시킬 다른 대안을 마련하느라 진땀을 빼는 모습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은행권은 금융당국에 백금과 관련한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부수 업무를 허용해 달라고 건의했다.

현재 은행은 금과 은 관련 주화나 메달, 바(bar)만을 취급하고 있다.

백금 관련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선 현행 은행법과 시행령, 감독규정에 은행의 부수 업무로 백금 판매가 추가돼야만 한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백금을 안전자산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실물자산을 은행이 소유할 경우 가격 변동이나 재고관리, 보관 과정에 예상치 못한 리스크가 발생해 은행의 경영 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백금과 금을 동일시하는 인식 탓에 최근 관심이 커진 것은 맞지만, 안전자산으로 취급하긴 검증이 더 필요하다"며 "실물자산은 보관하는 주체인 은행이 관련 리스크에 직접 노출되기 때문에 다른 부수 업무처럼 쉽게 허용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상품 판매에 목마른 은행들은 아쉽기만 하다.

특히 북한 리스크가 지속하며 고액 자산가들이 금융보단 실물자산에 주목하는 최근의 트렌드를 고려할 땐 백금 같은 새로운 귀금속 거래가 다양한 투자 상품을 개발하는 배경이 될 수 있어서다.

통상 금보다 비쌌던 백금 가격이 내려가면서 시세차익 면에서도 매력이 커졌다는 게 백금 거래 업체들의 설명이다.

지난해 8월 온스당 1천200달러에 육박했던 백금은 현재 960달러 근처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880달러까지 가격이 하락하기도 했다.

금 가격이 1천300달러 근처에서 거래되는 것을 고려하면 백금 시세가 금보다 30% 가까이 저렴한 셈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부쩍 백금 거래 업체들이 거래를 희망하며 은행을 찾는 일이 잦아졌지만, 은행법상 금지된 거래라 그대로 돌려보낸다"며 "고객에게 줄 정보제공 차원에서 가격 동향 정도를 들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북핵이나 전쟁 등의 단어가 심심치 않게 들려오면서 은행 고객들도 실물자산 투자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며 "백금을 포함한 귀금속바 등을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다면 이를 활용한 상품의 폭도 커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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