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금융감독원이 사내 경력직원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특정 지원자를 합격시키기 위해 채용인원을 임의로 늘리고 서류전형 평가 기준을 변경해 원래 탈락이었던 지원자를 최종합격까지 시킨 정황이 적발됐다.

또 자격없는 지원자를 특별전형으로 채용하거나, 계획에 없던 세평 조회를 통해 당락을 뒤집는가 하면 경력 기간을 임의로 수정해 평가 점수를 올리기도 했다.

2014년 경력직 채용과정에서 전직 국회의원 아들에게 특혜를 준 혐의로 담당 임원들이 실형을 선고받은 데 이어 또다시 광범위한 채용 관련 부당행위가 밝혀지면서 금감원 조직 전반에 인사 비리가 만연해 있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20일 감사원의 발표한 금감원 감사결과에 따르면 금감원 A 국장은 2015년 신입 일반직원 53명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지인으로부터 경제학 분야 지원자 B 씨의 합격 문의를 받았다.

A 국장은 담당 직원에게 'B씨가 필기시험 합격 가능한 수준이냐'고 물었고, 채용인원(11명)의 2배수인 22명에 들어가지 못하는 23위라는 보고를 받았다.

A 국장은 B씨가 지원한 경제 분야를 포함한 3개 분야의 채용 예정 인원을 각 1명씩 총 3명 늘리도록 지시했고, 필기전형 합격자 수도 늘어나면서 B 씨는 추가 합격됐다.

2차 면접위원으로도 참석해 지원자 B 씨에게 다른 지원자들보다 높은 점수를 줬고 결국 B 씨는 최종 합격했다.

금감원은 최종면접을 진행하면서 채용 예정 인원을 기존으로 환원, 당초 예정대로 53명만 합격시켰다.

금감원은 지원서에 사실과 다르게 기재한 사실을 알면서도 서류전형을 통과시킨 데다, 면접에서는 세평 조회로 기존 합격자를 밀어내고 뒷순위에 있던 지원자를 합격시키기도 했다.

금감원 채용담당 국장과 팀장은 지원자 C가 서울 소재 대학을 졸업하고도 대전에 있는 대학 졸업으로 기재해 지방 인재 전형에 응시한 것을 알았지만, 합격취소 여부 등에 대해 최종결재권자인 수석부원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다.

C는 필기전형과 1, 2차 면접을 차례로 통과해 최종 합격했다.

이 과정에서 금감원은 예정에 없던 세평 조사로 최종 합격자를 결정했다.

면접 점수가 높아 합격 대상자였던 3명을 부정적 세평을 이유로 탈락시킨 후 추가합격자를 결정하면서는 지원분야도 다르고 예비후보자 보 다 후순위자를 합격시키는가 하면 추가된 합격자에 대해서는 세평 조회를 하지도 않았다.

작년 상반기 민원처리 전문인력 40명을 채용하는 과정에서는 금감원의 채용비리는 이어졌다.

금감원 인사담당자들은 경력 적합성 평가를 외부 기관에서 평가하는 것으로 되어있음에도 평판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평가 점수를 최대 25점이나 감점시키는 등 임의 조정을 통해 합격 대상이었던 5명을 불합격으로 변경했다.

또 금감원 출신자에 대해서만 인사기록을 찾아 경력 기간을 수정, 당초 서류전형 불합격 대상이던 3명을 서류전형에 합격시키기도 했다.

감사원은 "과거 직원 채용 시 세평을 실시한 바가 없었고 설사 관행이었다고 하더라도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기 힘들고 합격자의 당락을 뒤바꾸는 행위로 정당화될 수 없다"며 "기억이 안난다거나 나중에 수정된 사실을 알지 못한다고 진술로 면책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부당한 채용업무를 주도한 금감원 국장·팀장 등 4명에 대해 면직 등 중징계를, 직원 2명에 대해 경징계 이상의 문책을 요구했다.

또 수석부원장 등 3명에 대해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에게 인사자료 활용하고 인사혁신처에 통보해 향후 공직 후보자 등의 관리에 활용하라고 지시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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