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최장 10일 역대급 장기 추석 연휴를 앞둔 가운데 서울외환시장에서 월말·분기말 수급 상황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

통상 장기 연휴를 앞두고 수출업체들이 필요한 자금을 원화로 환전하기 위해 네고 물량을 대거 출회하는 경향이 있으나, 최근 달러-원 환율의 변동성이 1,120~1,130원대로 수렴하면서 업체들이 환위험 관리 전략을 영리하게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율 변동에 대비해 외화자금흐름의 결제 시기를 의도적으로 앞당기는 '리딩(leading)' 혹은 지연시키는 '래깅(lagging)' 전략을 이용해 환차손을 극소화하고 환차익을 극대화하고 있는 셈이다.

22일 서울환시 등에 따르면 달러-원 환율이 차트상으로 120일 이동평균선과 200일 이동평균선인 1,130원 선으로 수렴하고 있다. 이달 들어 15거래일간 일 평균 환율은 1,129.88원이다.





<달러-원 환율 추이와 이동평균선 *자료: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 2110)>

업체들은 1,130원대 상단은 네고 가격대로, 1,120원대 후반의 하단에선 결제 가격대로 보고 수급을 처리하고 있다.

달러-원 환율 상하단이 좁아지면서 일부 프랍 트레이딩도 단타로 치고 빠지면서 업체들도 한꺼번에 물량을 처리하기보다는 가격대에 따라 분할해 처리하는 식이다.

이에 따라 서울환시 참가자들은 이달 마지막 주를 앞뒀으나 예상보다 추석을 앞둔 네고 물량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여유가 있는 대기업의 경우 달러-원 환율이 적정 레벨로 오를 때까지 물량 출회를 연기하면서 대규모 '매도 폭탄'이 당일에 나오는 상황은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수출업체 외환담당자는 "자금이 부족한 상황이 아니면 오히려 달러를 쌓아놓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업체마다 보는 환율 레벨이 다 다르지만 달러-원 환율이 1,150원 근처까지 오르지 않는 한 굳이 달러를 매도하지 않고 래깅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체 물량을 받는 딜러들도 오히려 네고 물량보다는 재정환율을 통한 엔화 결제 등 가격 변동에 따른 수급 상황을 더욱 주시하고 있다.

예상보다 매파적이었던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달러-엔 환율이 상승하자 엔-원 재정환율이 100엔당 1,010원 아래로 떨어지면서 재정환율을 통한 결제 수요가 강해졌다.

A시중은행 외환딜러는 "엔-원 재정환율이 1,010원 아래로 내려가면서 엔화 결제가 많이 나왔다"며 "최근 업체들의 패턴은 환전을 몰아서 하는 거보다 환율 레벨을 보고 리딩과 래깅을 하고 있어 분기말이라도 손절하면서까지 네고물량을 내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B시중은행 외환딜러도 "요즘은 역내 수급 자체가 영리하다"며 "1,120원대 가면 결제 수요가 명확한 우위고 1,130원대 초중반만 가더라도 네고 수요가 우위를 보이면서 업체들 입장에 따라 정확하게 반응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syyoon@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