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글로벌 채권 펀드에 자금이 빠르게 몰리고 있다. 배당 수익 등에 따른 주식 자금 상당수가 장기 국채시장에 유입되는 것으로 풀이됐다.

25일 모닝스타 등에 따르면 20년~30년 사이 만기의 미국 국채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 'iShares 20+ Year Treasury Bond'는 지난 20일 기준 자금 유입 규모가 펀드 역사 15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올해에만 44억달러가 유입됐고, 9월 들어서만 29억달러가 추가됐다.

펀드 규모는 지난 2월말과 비교할 때는 두 배 가까이 늘며 99억달러가 됐다.

펀드 자금은 일반적으로 최근 수익률이 높았던 자산에 쏠리는 경향이 크지만, 최근의 채권펀드 수익률은 저조한 편이다.

수익 부진에도 채권펀드에 자금이 쏠리는 배경과 관련,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포트폴리오 재조정 차원의 증시 배당금 유입을 지목했다..

Investment Company Institute(ICI)에 따르면 지난 7월까지 재투자되는 배당금 규모는 총 510억달러에 달한다.

WSJ는 "(배당금) 수입을 산발적으로 소비하는 대신에 투자자들은 자동으로 재투자에 나서고 있다"며 "투자자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채권 지분이 늘어나고, 주식시장이 불안해질 경우에는 더욱 많은 안정감을 느끼게 된다"고 분석했다.

ICI의 캐런 스키논 채권 전략가는 "많은 기관 자금과 리테일 투자자들은 장기 국채 펀드를 사고 있다"며 "지난 몇 년간 주식시장에서 좋은 결과를 냈기 때문에 '리스크 오프'로 돌아갈 때라고 보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미 국채에 투자하는 한 펀드의 수석 매니저는 "투자자들은 채권가격의 상승(금리 하락)을 예상하기보다 상대적으로 주식 대비 채권의 안정성을 보고 사고 있다"고 진단했다.

뱅가드 그룹의 프란 키너리 투자 전략가는 "금융위기 이후 미국 증시는 세 배 이상 뛰었고, 주식 60%와 채권 40%를 가지고 있던 투자자들은 현재 주식을 75% 이상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ICI에 따르면 증시 강세 속에 투자자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채권 비중은 지난 2012년 31%에서 최근 25%까지 떨어졌다.

투자자들의 기존의 포트폴리오 균형을 맞추기 위해 채권 비중을 늘리고 있다는 얘기다.

키너리 전략가는 "1990년대 후반 투자자들은 주식을 사고 채권을 파는 기조가 강했지만, 지금은 주식시장의 거대한 강세장 한가운데 있으면서도 투자자들은 채권을 사고 있다"고 덧붙였다.

WSJ는 "금리 상승이 예상되지만, 투자자들은 고금리 회사채펀드 등의 위험 자산을 사지 않는다"며 "은퇴 자금을 중심으로 더욱 보수적인 투자 등급 자산과 디폴트 위험이 적은 국채 펀드, 금리인상에 덜 민감한 자산 등으로 이동한다"고 전했다.

신문은 "주가지수가 최고치 경신을 이어가고 기준금리는 너무 낮은 상황에서 주식이나 채권은 모두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금융위기 동안 미국 국채와 같은 양질의 채권은 주식시장이 망가졌을 때 잘 나가던 몇 안 되는 자산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키너리 전략가는 "국채는 계속해서 가장 강한 흐름을 보이는 양질의 자산이 될 것"이라며 "기준금리가 예상보다 빠르게 인상되지 않는 이상 증시 붕괴 속에서 국채는 잘 대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많은 투자자에게 채권은 주식이라는 최악 다음의 선택으로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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