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아버지 저 약속 잘 지켰지요. 막순이도 잘 자랐고, 이만하면 잘 살았지요"

영화 '국제시장'에서 늙은 덕수가 아버지 영정사진을 보면서 독백하는 장면이다. 개발연대 압축성장 당시의 전형적인 한국인의 모습이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6일 국회의원들의 정책 모임에 강연자로 나섰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가 중심이 돼 보수성향의 야당 의원들이 대거 참여한 '미래성장 경제정책 포럼'에서다.

이날 김 부총리는 우리 경제의 패러다임 대전환 필요성을 역설했다. 강연 제목도 '국제시장과 채식주의자-우리 경제 패러다임 전환기에 대한 고민'이었다. 김 부총리가 직접 지었다고 한다.

김 부총리는 "개발연대 시절의 국제시장 패러다임이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 우리 경제가 지속 가능하게 발전할 패러다임일까 하는 게 제 질문"이라면서 입을 열었다.

그는 1975년부터 1995년까지 20년 동안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9.1%였지만 이후 20년간은 4.3%에 그치면서 소위 '뉴노멀'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성장과 분배의 악순환, 단절된 계층 사다리 등 한국의 경제·사회적인 구조 문제를 일일이 짚어가며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사람 중심 투자와 혁신성장, 공정 경제를 제시했다.







김 부총리는 "예전에는 '개천의 용'이라고 해서 교육이라는 기제 통해 신분 상승이 가능했으나 지금은 교육이 부의 대물림 수단이 되고 있다"며 "계층간 이동이 막히는 사회가 온다면 결국 인도 카스트 제도같은 신분 사회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순위가 11위인데 비해 행복지수는 55위, 행복격차는 75위라는 2015년 UN 세계행복보고서 수치를 제시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김 부총리는 패러다임 전환기에서의 고민을 영국 문학상인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받은 소설가 한강의 '채식주의자'의 한 장면으로 요약하기도 했다.

채식주의를 선언한 주인공에게 남편과 친정부모, 형제와 자매들이 억지로 고기를 먹이려 폭력을 행사하는 장면을 통해 사회 시스템과 제도가 천편일률적으로 각 개인에게 강요하는 바가 있다고 지적한 셈이다.

김 부총리는 "서울대 대자보에 '왜 공부하십니까'라는 질문이 붙었는데 그중 많은 답변이 '부모가 시켜서' 혹은 '할 줄 아는 게 그거밖에 없어서'라는 답이었다"며 "많은 사람들이 강요하는 사회 시스템과 제도 속에서 왜 우리는 다양성을 무시하고 다르다는 것을 왜 틀린 것으로 하는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시장 개혁과 생산적 복지를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과 이를 위한 사회적 대타협이 어려운 이유도 바로 이러한 인식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는 비유다.

연장선상에서 정기국회에서 논의될 세법개정안을 포함해 규제 샌드박스와 규제 프리존법, 서비스 발전법 등의 입법화 필요성도 언급했다.

김 부총리는 "사회적 타협을 통해 해결되면 복지 수준을 어느 정도로 가져가고 부담은 어떤 방법으로 할 것인지에 대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며 "우리나라 성장률의 하향 추세를 계속 이어갈 것인지 반전시켜 '양(陽)의 기울기 만들지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sy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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