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곽세연 기자 = 한국형 스튜어드십코드 흥행에 '키'를 쥐고 있는 국민연금기금이 연내 도입 예정인 스튜어드십코드 진행 상황을 보고한다.

600조 원을 굴리는 국민연금이 어떤 강도로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하느냐에 따라 국내 자본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달라지는 만큼 관심이 커지고 있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제6차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스튜어드십코드 관련 첫 경과보고를 한다.

국내 최대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코드와 관련한 제반 내용, 기금에 미칠 수 있는 영향 등을 살피기 위해 지난 4월 연구용역 입찰을 진행했고, 7월 말 연구기관으로 고려대학교 산학협력단을 최종 선정했다.

국민연금은 책임투자와 스튜어드십코드 관련 용역과제를 올해 내 마무리하고 최종 결과를 기금운용위원회에 보고할 예정인데, 그 첫 번째 보고가 이날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이뤄진다.

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강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세계 최대 연기금인 일본 공적연금(GPIF)의 전철을 밟을 경우, 자본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상상 이상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국민연금연구원에 따르면 GPIF는 국내 채권과 현금 관리로서 단기자산만 직접운용 대상으로 하고, 연금 급부와 상환 등에 필요한 유동성 확보와 인플레이션 리스크 경감이라는 역할에 따라 국내 주식은 직접운용을 하지 않는다.

'공적 연금 제도의 지속 가능성의 향상을 도모하기 위한 국민연금법 등의 일부를 개정하는 법률안'이 오는 10월부터 시행예정이지만, 국내 주식 직접운용은 다소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향후 필요하다고 인정 시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기로 해 재검토의 여지를 남겼다.

GPIF는 공적연금 적립금을 운용하는 국가기관으로 직접 개별종목을 선택하고 운용할 경우, 그 투자 판단이 다른 투자자의 투자 행태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GPIF는 설립 이전에도 공적 자금에 의한 기업 지배와 불필요한 논란을 배제하기 위해 국내 주식의 직접운용은 금지했다. 또 주식을 보유하면 주주로서 의결권을 가지는데, 필연적으로 적극적인 행사가 요구된다. 국가에 의한 기업경영 간섭 우려도 생긴다.

한국형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고려하고 있는 국내 국민연금기금의 우려도 여기에 있다.

업계에서는 일본 GPIF가 직접운용을 하지 않지만, 스튜어드십코드를 얼마나 잘 이행하느냐에 따라 위탁운용사에 가점을 배분해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효과를 극대화했다고 보고 있다.

실제 2014년 2월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일본은 GPIF가 앞장서면서 금융권 전체로 퍼졌다.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로 2014년 1.67%이던 일본 상장사들의 평균 배당수익률이 2016년 1.9%로 늘었다.

국민연금도 일본의 사례를 따라 전액 위탁운용 등의 강도가 센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할 경우 자본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 현재 국민연금기금은 국내주식 투자를 할 때 직접과 위탁 비중을 비슷하게 가져가고 있다.

연기금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낮은 강도의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할지, 일본처럼 영향력을 키울 수 있는 방향으로 갈지에 따라 자본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달라질 것"이라며 "그 중간보고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어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sykw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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