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호 홍경표 기자 =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운용역 '엑소더스'가 전주 이전 완료 이후에도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과의 지리적 거리와 열악한 처우, 인프라에 인재들이 기금본부를 등지고 있는데, 앞으로 2천500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는 국민연금기금이 부족한 인력으로 운용 가능할지에 시장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게다가 운용역 부족 현상이 만성화되다 보니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인력 채용이 이뤄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상황이다.

자유한국당 윤종필 의원(보건복지위원회)이 11일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국민연금 기금 운용역 퇴사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와 올해 8월까지 기금본부를 떠난 운용역은 52명에 달한다.

2015년 10명이었던 퇴사자는 기금본부의 전주 이전 전후로 지난해 30명, 올해 22명으로 급증했다. 최근에는 실물투자팀장도 사의를 표명하는 등 베테랑 운용역 이탈도 계속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 본사는 공공기관 지방이전 계획에 따라 2015년 6월 전주로 이미 내려갔지만, 기금본부는 운영 효율성 논란에 이전이 늦어졌다.

기금본부가 전주로 내려가면 금융중심지인 서울과의 지리적 거리로 시장과의 소통에 문제가 생기고 전문성도 떨어져 서울에 남겨둬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으나, 결국 기금본부도 올해 2월 전주로 자리를 옮겼다.

국민연금은 운용역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임금을 시장 상위 25% 수준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 성과보상체계 개편과 숙소·전세금 지원, 직장 어린이집 지원 등의 대책을 내놨으나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국민연금공단 본사와 기금본부가 위치한 전주 혁신도시의 교통 인프라도 열악해 국민연금이 섬과 같이 멀게만 느껴진다는 것이 시장의 평가다.

네덜란드 공적연금(ABP)은 암스테르담 국제공항에 출장소까지 만들어 글로벌 금융사와의 접촉면을 넓히는데, 기금본부는 전주에만 위치해 시장에서 '국민연금(NPS) 패싱' 이야기까지 나온다.

글로벌 금융사와 운용 인력들이 국민연금을 등지는 사이 기금본부의 운용역량도 떨어지고 있다.

국민연금 내부 특정 감사를 통해 기금본부는 최근 2년간의 기금운용직 지원자 경력 검증 과정에서 업무 태만과 채용업무 부적정 관리로 경고 조치를 받았고, 관련자 중 3명이 징계, 1명이 경고 처분을 받았다.

기금본부에 양질의 인재가 전주 이전으로 지원을 기피하고, 운용역은 계속 나가 무리하게 인력을 채용하다 보니 탈이 난 것이다.

올해 7월에는 신임 해외대체실장이 제출한 지원서류와 입증자료가 일부 사실과 달라 실장 임용이 취소되기도 했다.

국민연금기금은 올해 600조 원을 넘어 2022년 이후 1천조 원, 2043년 2천500조 원으로 늘어나는데, 운용역이 부실하면 국민들의 노후자금이 위태로울 수 밖에 없다.

연기금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이사장과 기금운용본부장(CIO)이 공석인 상태에서 기금본부가 버티고 있지만, 국민연금기금 규모가 계속해서 늘어나는 앞으로가 더 문제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기금운용역들이 퇴사를 결심하는 주된 사유에 대해 심층적으로 분석해보고 이를 보완해야 한다"며 "동시에 새로운 기금운용 인재를 추가로 확보하고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데 전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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