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장순환 기자 =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는 예상대로 채용비리에 대한 정무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의 강한 질타가 이어졌다.

첫 질의에 나선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7일 "감사원의 감사결과를 보면 참담하기 그지없다"며 "어느 기관보다 엄정하고 공정해야 하는 금감원에서 어떻게 취업 비리가 있을 수 있는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단 한 사람이라도 양심선언, 내부고발을 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위원회 몇 개를 만든다고 해서 개혁이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에 최흥식 금감원장은 "면목없다"며 "조속한 시일 내에 비리 관련 책임자를 엄정 조치하고 내부를 쇄신하겠다"고 답했다.

같은 당 정재호 의원은 "이런 경우를 두고 한마디로 뭐라고 하면 될까요"라고 물었고, 최 원장은 "벼랑 끝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정 의원은 "한마디로 엉망진창"이라며 "고위 간부들 몇 명의 잘못으로 신뢰도가 바닥에 떨어져 큰 위기를 맞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은 "금감원이 '비리 종합백과'라는 오명을 썼다"면서 "채용비리의 근본 원인은 금감원 퇴직 간부들의 청탁에 있으며 이들이 감독원을 상대로 로비하는 연결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전해철 민주당 의원도 "채용비리의 정도가 극심하다"며 "금감원이 해야 할 여러 일보다 더 중요한 게 금감원 내부개혁"이라고 지적했다.

최 원장은 고개를 숙였다. 그는 취임 전 벌어진 일이지만 인사·조직 혁신 테스크포스(TF)를 통해 쇄신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최 원장은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직원들의 일탈행위에 대해 심려 끼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신임 원장으로서 사태를 엄정하게 생각하고 심려 끼치지 않도록 처리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채용비리 의혹에 연루돼 자리에서 물러난 임원들에 대해 별도의 징계 절차 없이 사표를 수리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최 원장은 "현재 가동 중인 인사·조직문화 혁신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임원에 대한 징계 규정안을 만들겠다"며 "이르면 이달 말 중으로 윤곽이 나올 것"이라고 답했다.

이날 국감에서는 금감원 간부가 우리은행 신입 채용에 청탁했다는 의혹도 새롭게 제기됐다.

심상정 의원(정의당)이 공개한 '2016년 우리은행 신입사원 공채 추천현황' 문건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전직 은행장, 국정원 간부와 종합병원 이사장, 대기업 전무와 대학교 부총장 등 유력인사의 추천을 받은 16명을 모두 채용했다.

심 의원은 "분노를 넘어 참담하다"며 "금감원 조사는 물론 위법 사실이 드러나면 검찰 고발로 단호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최 원장도 "내부감사와 검찰 고발 등 단호히 조치하겠다"고 답했다.

채용비리 외에도 케이뱅크 인가 문제와 삼성 대주주 적격성 문제가 전일 금융위원회 국감에 이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금감원이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금감원은 2015년 케이뱅크 예비인가 서류를 심사하는 과정에서 우리은행의 대주주 적격성에 대해 사실상 부적격이라는 의견을 금융위에 전달했다.

박 의원은 "결국 금감원은 케이뱅크 인가 심사 때부터 우리은행이 대주주로 부적격이라는 의견을 갖고 있었지만, 금융위가 금감원의 의견을 묵살한 채 인가를 밀어붙였다"고 강조했다.

또한,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은 금융감독체계 개편과 관련 금융정책과 금융감독을 분리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최 원장은 "금융정책과 금융감독은 분리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며 "정책과 집행을 분리해 경제 및 금융정책은 한곳에서 하고 금융감독은 독립시키는 게 낫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원장이 금융감독체계 개편에 대해 의견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감원이 삼성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다시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선숙 국민의당 의원은 "금감원이 삼성그룹의 대주주 적격성에 문제없다고 잠정 결론 내렸다"며 이건희 회장 본인이 심사받지 못했다면 적격 하다는 판단은 재검토되어야 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이에 최 원장은 "현재 심사 최종 작업을 진행 중으로 실무의 판단일 뿐 문제없다고 확정·판단한 바 없다"면서 "법 해석을 다시 검토해 보겠다"고 답변했다.

또한, 효성 분식회계에 대한 징계 수위가 증권선물위원회에서 애초 금감원 감리위원회 권고안보다 낮아진 것과 관련, 금융위원회에 재심의 의견은 내보겠다고 밝혔다.

최 원장은 효성 분식회계에 대한 징계가 증선위에서 감경돼 재심의가 필요하다는 바른정당 지상욱 의원의 지적에 "재심의 의견을 이야기는 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금융감독원은 연기금과 공제회 등 일부 공적 투자기관을 금융감독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최 원장은 연기금과 공제회의 자산운용 손실 문제와 관련한 질문에 "연기금과 공제회도 금융감독을 받는 방안을 만들어 제시하겠다"고 대답했다.

최근 들어 대형은행들이 점포를 폐쇄하는 것에 대해 공공성 위배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 원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유의동 바른정당 의원이 한국씨티은행의 대규모 점포 폐쇄 사례를 들어 질문하자 "대형 시중은행들이 급격히 점포를 줄일 경우 금융 공공성에 어긋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은행의 점포 축소는 외환위기 이후 은행 스스로 추진하는 경영전략의 하나로 당국이 직접 개입하긴 어렵다"면서도 "은행은 공공성이 매우 큰 분야이기 때문에 점검하고 공익 차원에서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금감원장은 건강 증진형 보험 상품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지침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최 원장은 "건강해지면 보험료도 낮춰주는 상품의 출시가 가능해지도록 건강 증진형 상품의 가이드라인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sh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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