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전소영 기자 = 10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이주열 총재가 금리 인상 시그널을 명확하게 내놓으면서 채권시장이 혼란에 빠졌다.

이 총재가 금융완화 정도를 축소할 여건이 성숙했다고 밝히면서 빠르면 11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을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19일 서울채권시장에 따르면 금통위 기자간담회를 기점으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장중 2%를 상향 돌파했다. 국고채 10년물 이상 장기물은 2.4%를 상회했다.

당초 채권시장에서는 금통위가 매파적이더라도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은 적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일형 금통위원이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제시한 데다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3.0%로 0.2%포인트나 상향 조정하면서 금리 인상 시그널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기자의 첫 질문부터 매파적인 말을 쏟아냈다. 금리 인상 여건이 부합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금융완화의 정도를 줄여나갈 여건이 성숙되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이 총재는 꾸준히 통화완화 정도의 축소를 할 수 있다는 언급을 해왔다. 지난 7월 금통위에서는 "경제성장세가 뚜렷해진다면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 축소를 검토할 수 있다"고 처음으로 언급했다. 이 당시 경제성장률은 2.8%로 0.1%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10월 금통위에서 이 총재는 한발 더 나아갔다. "경기나 물가 흐름이 완화 정도를 줄여나갈 여건이 성숙했다고 평가한다"며 "기조적이냐는 판단을 위해서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총재의 경기회복에 대한 자신감이 붙은 셈이다.

그는 일각에서 제기하는 경기회복에 대한 리스크에 대해서도 '그렇지 않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지속해서 전달했다. 조만간 기준금리를 올리겠다고 작심한 듯, 과거의 모호한 화법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대한 주택건설경기 침체 가능성에 대해 이 총재는 "어느 정도 조정을 예상하지만, 기저효과 때문이고 침체 상황으로 이어지지는 않으리라고 본다"고 답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달 내놓은 '최근 경제동향'에서 내수 회복이 견고하지 않다고 평가한 것과 관련해서는 "주로 8월 산업활동동향에 근거해 판단한 것이고, 한은은 이번 전망을 앞두고 다양한 모니터링을 한 결과 9월 이후에는 내수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인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최근 금리 상승이 국내 통화정책 변화를 일부 반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동안 다양한 경로를 통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 금리에 반영됐다는 한은의 해석이다. 금융시장의 충격을 줄이겠다는 한은의 의도에도 일부 부합하는 셈이다.

그는 "최근 시장금리 움직임에는 국내 통화정책 변화에 대한 기대가 일부 반영되어 있다고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금통위 기자간담회를 청취한 한 채권시장 참가자는 "이 총재의 발언이나 간담회 분위기로만 봐서는 다음 달 금리 인상을 일단 염두에 두고 운용해야 할 듯하다"며 "이 총재가 취임 당시 매의 모습을 드러냈으나 금리 인하만 해왔었는데, 이번에는 작심하고 금리 인상 시그널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syj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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