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매파적 스탠스에도 오히려 상승하는 등 시장간 괴리가 나타날 조짐이다.

채권 시장이 금리 인상 가능성과 소수의견 등장에 손절이 나오는 등 크게 반응했지만 외환시장과 주식시장은 오히려 가격 반영을 늦추면서 대외 변수에 주목하는 양상이다.

20일 서울환시 등에 따르면 전일 달러-원 환율은 이일형 금통위원의 소수의견 개진과 한은의 올해 경제성장률 3.0% 상향 조정에도 위안화에 연동하면서 장중 1,134.00원까지 고점을 높였다.





<달러-원 환율(검은색)과 달러-위안(CNH)(빨간색) 틱 차트>

경제성장률 상향 조정이 경기 개선세를 의미하는 호재임에도, 코스피는 대형주가 하락하면서 2,468.67까지 고꾸라졌고 외국인 투자자들도 순매도로 전환했다.

이러한 흐름은 이주열 한은 총재가 "금융완화 정도를 줄여나갈 여건이 성숙해가고 있다"며 매파적인 언급을 내놓은 기자회견 이후였다.

반면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7.1bp 급등한 2.006%, 10년물은 3.7bp 오른 2.429%에 마쳤다. 3년물이 최종호가 수익률 기준으로 2%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 2015년 3월 2일 이후 처음이다.

시장간 괴리는 각 시장 참가자들 사이에서 콘센서스가 엇갈리면서 가격 반영에 시차가 발생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비교적 '데이터 디펜던스(경제지표에 의한 판단)'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

특히 이달 말 발표되는 3분기 국내총생산(GDP) 등 경제 지표가 한은에서 제시한 경제 성장 경로를 뒷받침할 경우 원화 강세로 반응하겠으나, 시장 예상치를 밑돌 경우 달러-원 환율이 큰 폭으로 오를 여지도 있다.

주식시장의 경우에도 그간 랠리를 이끌었던 IT주가 주춤한 가운데 한은의 예상외 긴축 신호가 단기 악재로 해석됐다.

김두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매파 금통위에 대해 채권시장에서 가장 반응이 컸고, 애널리스트들의 뷰도 바뀌었다"며 "금통위의 하반기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해 시장 간에 해석이 양분될 수 있는데 외환시장은 경제성장률 상향 조정에 주목하면서 지표 확인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올해가 3개월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한은이 성장률을 예상보다 높게 올린 만큼 3분기 GDP 등 경제 지표가 한은의 시나리오대로 탄탄한 펀더멘털을 반영해야 외환시장이 반응할 것"이라며 "경제 지표가 좋지 않다면 달러-원 환율이 크게 오를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외환딜러들도 원화가 당분간 대내적 변수보다는 대외 변수에 따라 움직일 것으로 보고 있다.

달러-원 환율은 연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과 '프록시(proxy, 대리) 통화'로서의 원화 위상 등을 감안해 하단이 지지되면서 위안화를 포함한 아시아 통화에 연동할 전망이다.

한 외국계은행 외환딜러는 "달러-위안(CNH) 환율이 6.6위안을 회복한 가운데 12월 미국 금리 인상이 남아있기 때문에 아직 달러 강세 재료는 남아있다고 본다"며 "채권시장은 이미 한 번 이상 금리 인상분을 반영했으나 외환시장은 다소 속도가 빠르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이주열 총재 기자간담회 동안에도 달러-원 환율이 눌리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외국계은행 외환딜러도 "달러-원 환율이 매파 금통위에 하락할 것으로 보고 기다렸으나 밀리지 않아서 뉴스에 숏커버가 나왔다"며 "금통위 금리 인상은 아직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여 외환시장에선 달러 강세 요인으로 바로 희석됐다"고 말했다.

sy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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