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한국은행에서 6년 1개월 만에 '금리인상' 소수의견이 나오면서 금융시장 참가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4일 한은에 따르면 금리인상 소수의견을 낸 이일형 금통위원은 지난 23일 한은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금리인상을 우려하는 여야의원들의 질의에 "경제상황을 봤을 때 금리를 인상해야 될 때가 왔기 때문에 소수의견을 냈다"고 답변했다.

이 위원은 "구체적인 내용은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이 나오기 전에 말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은에서 소수의견의 등장은 흔하지 않은 일이다. 특히 '인기가 없는 정책 결정'으로 통하는 금리인상 소수의견은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2011년 9월 '금리인상' 소수의견, 고물가 우려 때문

가장 최근의 금리인상 소수의견은 지난 2011년 9월 금통위에서 김대식 전 금통위원과 최도성 전 금통위원이 기준금리 동결에 반대의사를 표시한 일이다.

2011년에는 고물가로 인플레이션에 대한 불안이 가중되고 있었다.

금리인상의 명분이 됐던 물가 수준이 현재와 확연히 달랐다.

당시 한 금통위원은 "물가가 당초 전망했던 상승 경로를 이탈한데다 앞으로도 상당기간 높은 오름세를 지속할 것"이라며 "고물가 고착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통화정책 대응이 지체된다면 잘못된 정책시그널의 전달로 물가 불안이 증폭되고, 막대한 경제적 비용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위원은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금리인상이 가져올 부작용을 우려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고물가에서 중앙은행이 경기와 물가 사이에서 정책일관성을 잃고 방향을 자지 못하면 통화정책 타이밍을 놓칠 우려가 있다"고 언급했다.

한은은 두 금통위원의 소수의견이 나왔음에도 기준금리를 더 올리지 못했고, 2012년 7월에 기준금리를 3.25%에서 25bp 인하했다.

◇2017년 10월 금리인상 소수의견 배경은

이일형 위원의 소수의견은 한은이 금리인상 시동을 걸고 있는 시점에 나오면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이일형 위원은 연합인포맥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한은 금통위의 금리결정과 소수의견은 금통위원 각자의 소신에 따른 결정"이라며 "최근 물가,경기상황 등 전반적인 상황을 보면서 금리 인상이 맞다는 생각이 들어 소수의견을 냈을 뿐 이주열 총재의 입장은 고려사항이 아니다"고 말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경제성장률이 상승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때마침 한은이 10월 경제전망에서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를 목표 수준인 2%로,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정부 전망치와 같은 3%로 올렸다.

연말에 미국이 금리인상에 나선다면 한은도 금리인상에 나설 여건이 어느 정도 조성된 셈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통화정책 완화정도를 줄여갈 것이라고 시그널을 준 상태다.

◇8월 금통위 의사록에서 활발했던 금리정상화 논의

한은 금통위원들은 금리인상 소수의견이 한순간에 갑자기 금리인상으로 돌아서면서 발표되는 것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수일에 걸쳐 경기에 대한 판단을 이어오는 과정에서 조금씩 금리인상으로 근접해 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금통위원은 "누구는 60%, 누구는 70% 이런 식으로 의견이 다를 뿐 어느날 갑자기 의견이 달라져 소수의견을 내놓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금통위원들은 10월 금통위 직전에 기준금리를 결정했던 8월 금통위 의사록에서 이미 금리정상화 의견을 활발하게 내놓은 바 있다.

위원들은 내수회복세가 견고하지는 않지만, 추경 효과를 고려할 경우 전망 경로가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 경제가 잠재 성장속도에 부합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복수의 금통위원이 완화정도 축소의 필요성을 내세웠다.

한 금통위원은 "올해 2.8% 성장이 실현될 경우 우리 경제가 최근 3년 연속 2.8%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GDP갭이 제로(0)에 근사한 상태"라며 "최근 소비자물가가 2%에 근접하고 있는 점은 분명히 통화정책 완화정도를 축소할 필요성이 높아졌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위원도 "현재 실질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하회하고 있지만은 않다"며 "우리도 통화정책의 기조를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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