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정부가 1천400조를 넘어선 가계부채가 국내 금융시스템의 리스크로 확산할 가능성은 제한될 것으로 평가했다.

그간 '가계부채는 관리 가능하다'고 자신해온 정부의 주장을 다시 한 번 피력한 셈이다.

다만 최근 가계부채의 증가 속도가 가파른 만큼 중장기적 관점에서의 총량 규제는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가 24일 발표한 가계부채 종합대책은 지난 2015년부터 2년간 급증한 가계부채에 주목했다.

2007년부터 2014년까지 가계부채는 연평균 60조 원 수준으로 증가했지만 최근 2년간은 129조 원을 기록, 두 배 넘는 급증세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낮은 금리의 금융 완화 기조가 지속한 데다 주택시장 활황기가 겹쳐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한 게 주된 원인으로 작용했다.

자영업자 대출 중심으로 상호금융 등 제2 금융권의 가계부채도 급증해 국내 경제의 취약부문으로 급부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차주의 상환 능력과 금융기관의 대응 여력을 고려할 때 금융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질 가능성은 작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주택담보대출 위주로 부채가 증가하다 보니, 부채 가구의 실물자산이 지난해 3조4천억 원을 기록하는 등 2012년 이후 꾸준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가계대출 가구의 70% 정도는 상환 능력이 양호한 소득 4~5분위에 집중돼 있다는 것도 정부의 이런 판단에 힘을 실었다.

선제 리스크관리에 주력해온 금융회사의 건전성도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2012년 무렵 4%에 육박했던 상호금융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연말 1% 수준까지 낮아졌다. 같은 기간 은행 역시 0.8%에서 0.3% 연체율이 꾸준히 감소했다.

은행의 재무 건전성을 증명하는 자기자본(BIS) 비율은 2014년 연말 14.0%를 기록한 이래 최근에는 15.4%까지 상승하며 올해 기준치(9.125%)를 6%포인트 가까이 상회했다.

예상치 못한 손실이 발생해도 은행의 손실 흡수능력은 충분한 셈이다.

그간 고정금리와 분할상환 비중을 확대하고 대출 만기를 장기화하며 전반적인 대출 구조가 개선된 것도 가계대출의 건전성을 끌어 올렸다는 게 정부의 평가다. 시장 금리가 변동하거나 담보 가치가 하락하는 데 따른 리스크관리 역량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6월과 8월에 잇달아 발표한 부동산대출로 가계부채가 급증한 요인인 주택담보대출이 점차 안정화 될 것인 만큼 가계부채의 증가세도 둔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소득이 적은 서민ㆍ취약계층과 금리 상승에 취약한 고위험 가구의 대출에 대해서는 크게 경계했다.

최근 미국 등 선진국의 금리 인상 기조가 뚜렷해지면서 이미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5%에 육박, 취약 차주의 대출 상환부담이 커지고 있어서다.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10명 중 7명의 가계대출 고객이 원리금 상환에 부담을 느끼고 있으며 이들 대부분은 소비지출을 줄이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대출금리가 150bp 상승할 경우 대출 상환이 어려운 고위험 가구는 6만 가구 증가하고, 고위험 가구의 금융부채는 14조6천억 원 증가할 것으로 한국은행은 내다봤다.

국내외 금리 상승 기조가 새로운 가계부채의 위험요인으로 급부상한 만큼 취약 차주에 대해선 별도의 맞춤형 지원과 리스크관리로 대응하겠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가계부채 증가는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어 쾌도난마 식으로 단기간 내 해결하기 곤란하다"며 "당장 시스템 리스크 우려가 없는 만큼, 대증요법적 대응보단 중장기적 관점의 종합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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