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홍경표 기자 = 대학들이 적립금을 금융자산에 투자할 때 금융전문가가 포함된 기금운용심의회를 거치도록 한 것은 부실 운용 논란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 과정이 불투명하고, 운용 전문성도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학들이 무분별한 투자를 집행, 깜깜이 운용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19일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4년제 사립대학의 누적적립금은 지난 2015년 기준 약 8조원에 달했다.

대학 적립금은 기금으로 예치해 관리하고 원칙상 적립 목적으로 사용하도록 돼있지만, 사립학교법상 적립금의 50% 한도에서 주식, 채권, 파생상품 등 금융자산에 투자될 수 있다.

적립금 8조원 가운데 4조원 가량이 금융자산에 투자될 수 있지만, 운용업계에서는 실제 2조원 정도의 시장으로 보고 있다.

대학교육연구소에 따르면 적립금이 가장 많은 대학은 지난 2014년 기준 이화여대로 7천319억원에 달했고 홍익대(6천943억원), 연세대(5천226억원), 수원대(3천488억원), 고려대(3천296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대학들은 기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금융자산 투자를 확대했지만 그 결과는 좋지 못했다. 최근에는 인하대가 특수관계에 있는 법인인 한진해운에 130억원 가량의 회사채를 투자한 후 손실을 입었다.

인하대는 지난 2015년 한진해운 회사채 매입 당시 한진해운의 신용등급이 'BBB-'였음에도 무리하게 투자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2010~2014년 5년 동안 적립금을 주식에 투자한 사립대학 2~3곳 중 1곳은 손실을 입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14년에는 4년제 156개 대학 중 28개 대학이 주식투자에 나섰고, 이 중 8개 대학이 손실을 봤다.

국내 4년제 대학의 적립금 금융투자 수익률은 지난 2010년 -2.5%, 2011년 -2.7%, 2012년 -0.3%, 2013년 -0.1%로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다가 지난 2014년 0.6%를 기록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대학기금이 '주먹구구'식으로 투자 의사결정과 리스크관리를 하고 있기 때문에 투자에 계속해서 실패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했다.

현행 사립학교법은 기금운용심의회 설치 규정은 물론 학교법인 및 임원과 특수한 관계에 있는 기업 등에 대한 투자를 제한하지 않고 있어, 투자의 전문성과 투명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반면 예일대 등 미국 대학들은 체계적인 투자 시스템을 바탕으로 다양한 금융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 수익을 거두고 있었다.

미국 대학들의 지난 2014년 기준 전체 투자수익률은 15.5%였으며, 포트폴리오 부문별로는 국내주식에서 22.8%, 해외주식에서 19.2%, 헤지펀드 등 대체투자에서 12.7%의 수익률을 각각 기록했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국내 대학들이 금융투자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있지만 투명성과 전문성 측면에서는 부족한 점이 아직 많다"며 "대학 금융투자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학 적립금 역시 규모가 점차 늘어날 수밖에 없고, 대학 재정 관리 차원에서도 수익률을 높여야 해 기금 운용 전문성을 갖춘 위탁운용관리(OCIO) 등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아직은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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