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한용 기자 = 국고채 30년물 금리가 5년물 금리를 밑도는 등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심화하면서 그 원인에 시장 참가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30일 연합인포맥스 최종호가 수익률 추이 화면(화면번호:4512)에 따르면 국고채 30년물 금리는 이달 26일 2.401%에 마감돼 5년물 금리 2.418%를 밑돌았다. 국고채 30년물 금리가 20년물과 10년물 금리를 차례로 하향 돌파한 후 5년물 금리 아래로까지 내려온 것이다.

이처럼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심화하면서 일각에선 장기 경기 전망과 관련한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장단기 금리 역전은 향후 경기가 침체하는 상황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보험사 자산운용담당자들은 그러나 현재의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은 경기 펀더멘털이 아니라 수급 여건을 강하게 반영하고 있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보험사 관계자는 "9월 말 이후 외국인의 국채 대량 매도, 금통위 금리 인상 시그널 등으로 단기 구간은 금리가 급등한 반면 30년 등 초장기 구간은 장기투자기관의 만성적 초과 수요로 금리가 상대적으로 덜 오르면서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심화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에 더해 증권사들이 국고채 30년물의 금리 상승을 기대하고 대차·매도해 포지션을 구축했다가 이를 청산하기 위해 손절성 매수까지 내놓으면서 30년물의 상대적 강세가 더욱 강해졌다"고 설명했다.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초장기물 금리 하락으로 경제전망을 하는 것은 시장이 효율적일 때 가능하다"며 "국내 시장의 경우 20·30년물의 경우 수급에 의해 시장이 일시적으로 왜곡된 상태이므로 이를 가지고 경제전망을 논하는 것은 오류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험사 자산운용담당자들은 국고채 30년물의 비정상적 강세를 완화하기 위해선 만성적 초과 수요를 해소하기 위한 발행량 확대 등 수급상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달 26일 정부가 11월 국고채 발행 계획을 통해 30년물 발행액을 2천억 원 늘리고, 해당 만기 물량의 스트립 채권 한도를 전월의 3천600억 원으로 확대한 데 대해선 '방향은 맞지만, 너무 폭이 작다'는 평가가 나온다.

보험사 관계자는 "스트립 채권 발행 부분은 국고채 30년(17-1) 공급을 확대했다고 해석할 수 있는데, 대차규모가 2조 원을 넘어선 현재 상황에서 3천600억은 시장에 큰 영향을 줄 만한 숫자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같은 날 기재부 관계자가 올해 국채 발행 규모가 당초 계획했던 103조7천억 원을 밑돌 수 있다고 언급한 데 대해선 "단기물 발행 규모를 축소하겠다는 의미인데, 현재 단기 금리는 금리 상승 기대로 손절매물이 나오는 상황이라 시장 흐름을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정부가 국채 발행 규모는 줄이면서 30년물 발행량을 늘린 것은, 단기 구간에서는 훼손된 채권 투자 심리를 회복시키고, 초장기 구간에서는 30년물에 대한 상대적 강세를 완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하지만 이 정도의 조치로 커브를 정상화하기는 힘들다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반응"이라고 말했다.

h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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