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환 회장, 檢 조사 앞두고 은행ㆍ증권 고민



(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정지서 기자 = 농협금융지주가 은행과 증권 등 핵심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를 줄줄이 교체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계열사의 수장 인선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김용환 농협금융 회장이 채용 관련 의혹에 대한 검찰 조사가 진행될 경우 계열사 인사에 미칠 영향이 큰 만큼, 농협금융 안팎에선 하마평만 무성한 모습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지주는 이르면 이달 중순경 자회사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를 구성해 차기 농협은행장 선임을 위한 논의에 착수한다.

지주 임추위가 최종 후보를 추천하면 3명 이상의 이사로 구성된 은행 임추위가 은행장 후보의 자격 요건을 평가해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 확정한다.

유력 후보로는 오병관 농협금융 부사장이 거론된다.

1960년생인 오 부사장은 충남대 졸업 후 농협중앙회에 입사했다. 중앙회 금융기획부를 거쳐 2012년 금융지주 기획조정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농협중앙회 기획실장을 역임한 뒤 지난해 지주 부사장으로 승진, 경영기획 부문을 총괄하고 있다.

통상 지주 부사장은 은행장으로 가는 요직이다. 김주하 전 농협은행장과 이경섭 행장 모두 지주 부사장에서 은행장으로 발탁됐다.

이창호 농협 부산지역본부장도 다크호스로 급부상하고 있다.

1961년생인 이 본부장은 부산대 졸업 후 농협중앙회에 입사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이었던 2005년에는 농어촌비서관실 행정관으로 청와대 파견을 나갔다. 복귀 후 경남지역 주요 금고계약을 담당했고 지난해 본부장으로 승진했다.

지난해 연말에도 부장급 인사를 자회사 대표이사로 전격 발탁한 농협금융이 핵심 자회사에도 파격 인사를 단행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형열 부행장과 박규희 부행장도 행 내 유력 후보군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들은 은행 부행장이 80%나 물갈이된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은행의 빅배스를 주도한 공을 인정받아 유일하게 살아남기도 했다.

농협금융 관계자들은 농협은행장 교체가 증권과 손해보험, 자산운용 등 수장 교체를 앞둔 다른 계열사에 인사 코드를 보여주는 시그널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농협금융 내 제2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NH투자증권의 김원규 사장 후임으로는 정영채 부사장과 김광훈 부사장이 거론되고 있다.

김 사장은 임기가 내년 3월로 얼마 남지 않은 데다, 지난해 한 차례 연임에 성공해 우리투자증권 사장 임기를 포함하면 5년간 수장을 맡아 왔다. 김재원 자유한국당 의원과 친형제 간이기도 해 증권가에서는 김 사장의 교체 확률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차기 사장 후보군으로 꼽히는 정 부사장은 투자은행(IB) 사업부 대표로 국내 IB 업계의 '맏형'으로 꼽힌다.

그는 1963년생으로 대우증권 IB 부장과 IB 담당 상무 등을 거쳤다. 2005년 우리투자증권 IB사업부 대표에 임명된 후 우리투자증권이 NH농협증권에 인수돼 NH투자증권으로 통합된 현재까지 12년째 IB사업부 대표직을 맡고 있다.

NH투자증권 IB사업부는 올해 상반기 1천170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NH투자증권 전체 영업이익의 44%에 달한다. 수익성을 최우선으로 보는 증권가 특성상 정 부사장의 차기 사장 선임이 유력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다만 '농협맨'이 아니라는 점이 약점이다. 농협금융지주 계열사 중 농협 출신이 아닌 최고경영자(CEO)는 김원규 사장과 한동주 NH-아문디자산운용 사장 정도다.

김광훈 부사장은 '농협맨'이라는 점이 강점이다. 그는 농협금융지주 기획조정부장과 NH농협은행 리스크관리본부 부행장을 역임했다. 재무·세무 담당 부서에서 오래 근무해 기획통으로 꼽힌다.

2016년 NH투자증권으로 이동한 후 총괄 부사장을 맡아 왔다.

일각에서는 정권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농협금융의 특성상 의외의 인물이 선임될 것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실적으로만 평가하면 김원규 사장이 유임될 것으로도 점쳐진다.

그밖에 지난 2015년부터 NH-아문디자산운용을 이끌어 온 한동주 사장과 내년 2월 임기가 끝나는 이윤배 농협손해보험 사장의 교체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다만 채용 관련 의혹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김 회장에 대한 검찰 조사가 진행될 경우 일정이나 후보군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그간 농협중앙회로부터 금융계열사의 인사 독립성을 강조해 온 김 회장이 임추위를 사실상 주도해 온 만큼, 향후 어떻게 상황이 전개될지 예측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계열사 CEO를 시작으로 연말 인사 예정돼있지만, 쉽게 내다보기 어려운 시기"라며 "계열사별로 유력 후보군에 대한 하마평만 무성하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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