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인포맥스) 김대도 기자 =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꿈꾸는 초대형 투자은행(IB) 5곳이 출범함에 따라 외환시장의 판도에도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증권업과 연관된 외환 업무만 할 수 있었던 증권사들이 초대형 IB의 타이틀을 달고 일반 기업을 대상으로 환전도 할 수 있게 되면서 증권사와 은행 간 경쟁도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수수료 등에서 은행과의 경쟁구도에서 당장은 크게 밀릴 것으로 예상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업무역량이 강화되고 트랙레코드를 쌓아가면 외환시장 창구가 다양화하는 장점이 부각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3일 정례회의를 열고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등 다섯 개 증권사를 종합금융투자사업자(초대형 IB)로 지정했다.

초대형 IB의 핵심인 발행 어음(단기 금융) 업무는 한국증권만 인가받았지만, 일반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환전 업무는 5곳 모두 가능해졌다.

고객이 해외주식을 사기 위해 환전하는 경우나 인수ㆍ합병(M&A) 등 증권업과 직접 관련된 범위에 한정된 외환 업무가 수출입 기업 등을 대상으로 한 환전까지 업무 폭이 넓어졌다.

해당 증권사들은 은행 간 라인을 추가 확보하고, 기업 영업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었다.

여러 부서에 흩어져 있는 FX(외환) 기능을 한 곳으로 모으고, 세일즈 부서의 대고객 판촉을 강화할 계획을 잡고 있었다.

미래에셋대우는 효과적인 외환 업무를 위해 채권·외환·원자재(FICC) 외환운용팀을 별도 조직하고, 포애셋(ForASSET)이라는 자체 외환거래ㆍ결제시스템도 증권사 최초로 구축했다.

특히 국내외 금융기관과 하루 최대 50억 달러 규모로 현물환(스팟)을 거래할 수 있도록, 은행 수준의 FX 라인을 준비해 놓았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14일 "기업고객 대상 환전이 가능해지면서, 진정한 종합 기업금융 비즈니스를 펼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는 FX 스와프 시장 참여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에 있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은행만큼은 아니지만, 이미 환전 업무는 업계 최고 수준으로 하고 있어서 인프라 준비는 따로 필요가 없다"며 "금융기관 대상 단순 환전보다는 스와프로 많이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리테일 및 기관 담당 채널이 있고, IB 부서에서도 기업 네트워크가 강하다"며 "세일즈를 강화하고, FX 라인도 추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물론, 부족한 FX 라인이 부족한 한계 탓에 초대형 IB들이 은행과 경쟁력을 확보할 정도의 역량은 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라인이 많지 않으면 고객사에 낮은 수수료를 담보해주기 힘들 수밖에 없다. 그나마 거래가 활발한 스팟보다 FX 스와프에서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게 업계 안팎의 대체적인 평가다.

다른 증권사의 FX 딜러는 "세일즈가 스와프 물량을 가져오더라도, 은행과 비교가 안 된다"며 "은행들은 기간 물에 대해 라인을 인정해 주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이 딜러는 "달러-원 환율 스팟은 수수료 경쟁력이 있어서 은행과 대등하게 할 수 있다"며 "쉽지 않겠지만, 증권사가 틈새시장을 파고들면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dd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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