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신한금융지주와 포괄적 업무 제휴(MOU)를 맺고 협업을 약속한 일본 미즈호 금융그룹이 최근 보유하고 있던 신한지주 주식을 대거 처분했다.

1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미즈호금융은 지난 7일 신한지주 주식 400만 주(0.84%)를 블록딜(대량매매)로 다른 외국계 기관에 넘겼다.

주당 거래가격은 이날 종가에서 2.4% 할인된 4만8천200원이다. 미즈호 금융은 약 2천억 원의 유동성을 확보했다.

이번 블록딜 규모는 미즈호 금융이 보유하고 있던 신한지주 주식의 70%에 달한다.

지난 2010년 말 이후 신한지주 주식 1.26%를 보유해 온 미즈호 금융의 지분율은 0.42%로 낮아지게 됐다.

이는 미즈호 금융이 재무적 투자자(FI)로 신한지주에 투자를 결정한 이래 최저 지분율이다.

지난 2006년 미즈호 금융은 약 820억 원(100억엔)을 투자해 신한지주 주식 0.49%를 인수했다. 조흥은행이 인수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자사주를 미즈호 금융에 매각한 셈이었다.

지분율은 크지 않았지만, 금융권은 이를 크게 평가했다. 일본 금융회사가 국내 금융회사에 투자한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이후 미즈호 금융은 꾸준히 신한지주 지분을 늘렸다. 2010년 무렵 1.56%까지 늘었던 지분율은 1.26%로 소폭 조정되고 나서 7여 년간 유지됐다.

그 사이 미즈호 금융과 신한지주는 계열 은행을 중심으로 다양한 협력을 이어갔다.

서로의 업적평가대회에 행장과 임원들을 초대해 조직 문화를 공유하는가 하면 연례 워크숍을 통해 핵심 인력 간 정보를 교류하기도 했다. 올해 8월에는 인공지능(AI)과 블록체인 등 글로벌 금융산업의 트렌드를 공유하는 워크숍을 위해 위성호 신한은행장을 비롯한 주요 임원들이 일본을 방문하기도 했다.

양사는 지난 10월 말 이 같은 협력을 그룹 차원으로 격상하기로 했다. 디지털과 글로벌, IB를 중심으로 신개념 협업 모델을 창출하자는 게 핵심이다. 그룹 차원의 인적 교류는 물론 시장 리서치 자료와 경영, 금융서비스 노하우를 공유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관련 논의는 조용병 회장과 사토 야스히로 미즈호 금융 회장이 올해 초부터 직접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 수장은 지난 10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IMF 총회에서도 별도로 회동하기도 했다.

하지만 포괄적 MOU를 맺은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미즈호 금융이 신한지주 주식 대부분을 처분하자 금융권은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신한지주의 주가를 고려하면 차익실현을 하기에도 적절치 않은 시점이기 때문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최소 지분율 보유에 대한 제한이 없는 FI의 차익실현은 가능하지만, 최근 신한지주의 주가는 미즈호가 지분을 늘리기 시작한 2007년, 2011년 무렵과 큰 차이가 없다"며 "차익실현을 고려했다면 올해가 아닌 내년 이후에 정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최근 수익성 저하를 고민하는 일본 은행권의 구조조정 흐름과 관련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기도 했다.

미즈호 금융은 지난 13일 중기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점포를 줄이고 디지털 금융을 통해 고정 비용을 낮추겠다는 게 핵심이다.

한 증권사 금융업 연구원은 "일본 금융회사가 수익성 개선을 위해 재무 재조정에 들어갔다는 게 최근의 흐름"이라며 "특히 미즈호는 소프트뱅크를 비롯해 핀테크 등 IT 산업에 큰 관심을 보인 만큼 대면 영업보다 비대면 영업 비중을 늘리려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신한금융과의 협력도 비대면을 강조한 핀테크 분야의 협업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미즈호 금융의 자산 규모를 고려하면 지분을 줄여서까지 2천억 원 규모의 유동성을 마련했어야 했는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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