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인포맥스) 김대도 기자 = 달러-원 환율이 1,100원을 밑돌면서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흑자가 점진적으로 감소하는 등 경제적 파장이 커질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그러나 국내외 연구기관들에 따르면 환율과 수출, 경상수지 간의 상관관계가 갈수록 줄어드는 점이 실증적으로 분석되고 있다.

달러-원 환율 또는 엔-원 재정환율의 하락세가 수출기업 입장에서 호재가 아닐지라도, 너무 급하게 내리지만 않는다면 국가 경제에 큰 충격으로 다가오지는 않을 것으로 진단된다.

◇환율-수출 관계 갈수록 '퇴색'

20일 국제금융시장에 따르면 작년 10월 아시아개발은행(ADB)은 2001∼2015년 158개국의 자료를 근거로, 환율상승이 수출 증가에 미치는 영향력이 감소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공개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2003∼2006년)에는 실질환율 1% 상승(절하) 시 수출 물량이 0.56% 증가했지만, 2012∼2015년에는 0.28% 늘어나는 데 그쳤다.

환율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시간은 지날수록 감소하고 2기가 지난 후에는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책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이 2015년 12월에 내놓은 '한국의 거시경제 및 산업구조 변화와 환율의 영향력' 보고서에도 비슷한 내용이 담겼다.

구체적으로 1992년 환율 탄력성(실질실효환율 1% 상승 시 수출 증가율)은 0.41이었는데, 2014년에는 0.30으로 환율의 영향력이 약 27% 감소했다.

2000∼2011년 우리나라 제조업 상장 기업들은 환율 1% 상승 시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이 0.05%포인트(p) 늘었지만, 2006∼2011년 동안에는 영업이익률이 0.03%p로 오르는 데 불과했다.

환율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력도 감소했다. 2014년 제조업에서 고용의 환율 탄력성은 0.10으로, 2004년 0.14에서 줄었다.

환율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줄어든 배경으로는 글로벌 가치사슬 확대가 첫 손에 꼽힌다.

수출품목에 투입되는 중간재가 해외에서 조달되는 경우를 비롯해 한 국가의 수출품이 타국 수출상품의 중간재로 투입되는 비중이 증가하면서 환율의 일방적인 효과가 감소하고 있어서다.

학계에서도 유사한 연구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지난 7월 열린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는 지속 가능한가' 심포지엄에서 고려대학교 신관호ㆍ한치록 교수는 1995∼2003년에는 실질실효환율이 10% 절상 시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가 1.28%p 악화했다고 분석했다.

반면 2006∼2016년에는 환율이 10% 내리면 GDP에 견준 경상수지는 0.21%p 줄어든 데 그쳤다.

2006∼2016년 결과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고, 통제 변수를 바꾸어도 경상수지의 환율 탄력성이 감소한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었다.

◇달러-원 적정 레벨은

달러-원 환율이 심리적 지지선인 1,100원을 하회했지만, 레벨 차원에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 대체적인 전문가들의 평가였다.

실제 달러화는 작년 8~9월을 비롯해 2015년 상반기, 2014년 대부분의 기간 1,100원을 밑돈 바 있다.

증권가에서는 적정 환율이 1,050~1,100원대라는 진단이 나왔다.

DB금융투자는 진작에 내렸어야 할 환율이 북핵 이슈로 하단이 막혔던 것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반면 현대경제연구원은 우리나라 산업과 기업이 감내할 수 달러-원 균형환율이 1,184원이라고 주장했다.

11월 평균 달러화 환율 1,116원은 균형환율 대비 5.7% 정도 고평가됐다며, 원화 강세에 따라 기업 이익이 급감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중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1,100원 숫자가 주는 것은 심리적 부담에 불과했다"며 "원화 강세가 기조적일 지라도 속도는 빠르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성욱 산업연구원 박사는 "환율 영향력이 축소됐음에도, 여전히 실물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 변수"라며 "유의한 수준의 환율 변동이 발생하면, 정부는 필요 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dd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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