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시중은행들이 상반기 줄줄이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지만, 성과급 잔치는 벌이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사상 최대 가계부채에도 은행들이 이자 장사로 돈벌이한다는 눈총을 받고 있는 데다, 채용비리 논란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사측이 성과급 지급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KB·하나금융·우리은행의 올해 3분기까지 벌어들인 순이익은 8조3천836억 원으로 전년 동기(6조1천985억 원) 대비 35.3%(2조1천851억 원) 늘었다.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에도 은행에서 꾸준히 대출 자산이 늘어난 것이 순익 상승을 견인했다.

올 3분기 중 국내 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은 4분기 연속 상승, 1.66%까지 올라 기준금리가 2.0%였던 2014년 말(1.73%)과 비슷한 수준으로 회복했다.

이 같은 어닝서프라이즈에도 은행원들은 높은 성과급을 누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KB국민은행은 올해 지속 가능한 보상체계로 초과이익공유제 도입을 추진했지만, 잠정 중단한 상태다.

이는 회사가 당초 목표한 이익보다 초과 달성할 경우 초과 달성분의 일정 비율을 임직원들이 성과급이나 주식 등으로 공유하는 것으로 윤종규 회장도 지난 7월 조회사에서 "이익 배분제 제도를 정비해 직원들에게 충분히 보상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국민은행 노사는 이에 대한 논의를 시작조차 못 한 상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노사가 각각 시행한 컨설팅 결과가 나왔지만, 각종 현안에 밀려 협상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노사 입장 차가 워낙 커 내년이나 되어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기존 초과이익성과급(PS)제도가 있지만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에도 지주 순익의 절반에 가까운 9천643억 원을 냈으나 대규모 희망퇴직에 따른 일회성 비용을 이유로 4대 은행 중 유일하게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아 직원들의 불만을 샀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이광구 행장이 연임에 성공하며 '새로운 성과급 제도를 만들어 적절한 성과보상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예상치 못한 채용비리 논란으로 자진해서 사퇴하면서 불투명해졌다.

그동안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성과 평가 시스템을 만들어 왔지만 차기 행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이 같은 경영방침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KEB하나은행도 사정은 비슷하다.

KEB하나은행은 올해에도 옛 하나·외환 직원들의 임금·인사 체계 등이 통일되지 않으면서 성과급 지급 기준과 관련해 논란이 됐던 만큼 더욱 신중한 입장이다.

노조 측은 좋은 실적을 거둔 만큼 이에 합당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사측은 일단 보상체계 통일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은행들이 예금금리는 낮추고 대출금리는 높이는 방식으로 순익을 늘린 것으로 나타나면서 시장 여론이 좋지 않은 것 또한 부담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당국도 과도한 성과급 지급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어서 순익이 많이 났다고 성과급을 늘리기에도 눈치가 보이는 상황"이라며 "최근 채용비리 등으로 은행권 분위기가 좋지 않은 상황이라 두둑한 보너스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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