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홍경표 기자 = 국내 대표 공적 연기금인 국민연금과 사학연금이 노조가 제안한 KB금융지주 사외이사와 관련해 정반대 의사결정을 내려 눈길을 끌고 있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사학연금은 KB금융지주 임시주주총회에서 노조가 주주제안으로 올린 사외이사 선임 안건을 반대했다.

사학연금은 사외이사 후보자의 기업가치 훼손 우려 등 결격 사유가 있어 이런 의결권 행사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연금은 기금운용위원회가 정한 의결권행사지침에 따라 투자위원회를 거쳐 KB금융지주 사외이사 선임 안건 찬성을 결정했다.

KB금융지주 노조가 사외이사로 추천한 인물은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등을 지낸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로, 문재인 대통령의 노동이사제 도입 공약과 함께 해당 안건의 통과 여부가 주목됐다.

KB금융지주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사외이사 안건에 찬성했음에도 70%에 육박하는 외국인 주주들이 대부분 반대표를 던져 안건은 통과되지 못했다.

시장에서는 KB금융지주 노조 사외이사 선임 안건이 기업가치를 훼손하는지와 관련해 의견이 분분했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는 하 공동대표의 정치 경력, 비영리단체 활동 이력이 금융지주사의 이사회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지 불명확하고, 기존 이사회에 법률 전문가가 있어 전문성이 중복된다고 분석했다.

반면 국민연금의 국내 의결권 자문기관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의결권 행사 기준에 근거해 찬성을 권고했다.

또 국민연금은 해당 안건을 찬성하는 과정에서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에 찬반 의견을 묻지 않고 자체 내부 투자위원회에서 결정해, 외압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국민연금은 의결권 행사지침에 따라 찬성 결정을 내린 것이라며, 결정에 있어 어떠한 간섭도 받은 바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의결권 행사지침 중 기본 원칙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주주가치의 감소를 초래하지 않고 기금의 이익에 반하지 않는 경우는 찬성하고, 주주가치의 감소를 초래하거나 기금의 이익에 반하는 안건은 반대한다.

의안별 세부 기준을 살펴보면 법령상 이사로서의 결격 사유가 있는 자, 과도한 겸임으로 충실한 의무수행이 어려운 자, 기업가치의 훼손 내지 주주 권익의 침해 이력이 있는 자인 경우 이사 후보를 반대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사외이사의 선임은 이사 선임 규정을 준용한다.

반면 사학연금은 자산운용지침(IPS)에 따라 기업가치를 훼손하거나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는 결정을 내리는 경우 이에 반대하는 의결권을 행사한다. 사학연금에 의결권 자문을 하는 대신경제연구소도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 반대를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기업가치 훼손 여부의 세부적 해석과 의결권 자문사의 의견이 두 연기금의 의결권 행사를 엇갈리게 한 것으로 분석된다.

연기금 관계자는 "의결권 행사 의사결정은 기관마다 다를 수 있고, 이번 사외이사 결정은 기업가치 훼손 관련 판단이 중요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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