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지난달 25일 수원 월드컵경기장. 운동장 한가운데 등번호 '64번'이 적힌 유니폼을 입은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하늘 높이 축구공을 찼다.

이날은 금융위원장 배 축구대회가 열린 날.

지난 2012년 처음으로 시작된 이 대회는 세월호 사태가 있었던 해를 제외하고 올해로 5회째를 맞았다.

대회에는 금융감독원을 비롯해 예금보험공사, 한국자산관리공사(이하 캠코), 한국거래소, 예탁결제원, 산업은행, IBK기업은행, 저축은행중앙회, 여신협회, 생명보험협회 등 금융위 산하 16개 유관기관이 참석했다.

이들 중 캠코와 산업은행, 기업은행은 금융위원장 배 축구대회 '3강(强)'으로 손꼽힌다. 올해 우승은 캠코와의 승부차기 끝에 기업은행이 차지했다.

이날 대회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유니폼이었다.

통상 축구대회에 시축하러 나서는 금융위원장에게 부여된 유니폼에 적힌 등번호는 10번이었다.

최 위원장은 시축 전 등번호 64번의 의미를 설명했다.

금융산업을 '육(6)' 성하고 서민을 포용하는 '포(4)'용적 금융을 실천하는데 금융당국과 금융권 모두가 함께했으면 좋겠다고 최 위원장은 말했다.

금융산업 육성은 최 위원장 취임 이후 강조해온 생산적 금융의 대표 정책이다. 금융산업 스스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불편한 규제를 과감히 개선하고 이를 통해 금융이 실물경제를 지원, 새로운 일자리까지 창출하도록 하는 개념이다.

포용적 금융은 서민금융 정책을 바탕으로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강조한 정책을 일컫는다. 최 위원장은 줄곧 '그 누구도 혼자 가난해진 사람은 없다'며 금융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해왔다.

등번호 64번을 통해 이러한 최 위원장이 추구하는 금융정책의 두 가지 축을 한데 모아 표현한 셈이었다.

이날 최 위원장은 금융위 내 축구 동호회의 명예 회원으로 위촉됐다.

'축구 마니아'로 알려진 그는 과거 재무부 시절 축구부 주장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당시 방영민 전 서울보증보험 사장(행시 17회)을 비롯해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행시 24회), 김익주 전 국제금융센터 원장(행시 26회), 문창용 캠코 사장(행시 28회) 등이 최 위원장과 함께 축구를 잘하기로 유명했던 재무부 출신 선후배들이다.

등번호 64번이 적힌 유니폼은 그런 최 위원장을 명예 회원으로 모신 후배들이 준비한 깜짝 선물이었다.

파견 직원을 제외하면 200명이 조금 넘는 금융위 내 축구 동호회 회원은 30명 남짓. 하지만 업무 강도 세기로 유명한 금융위 직원들이 주말에 시간을 내 축구를 즐기기는 녹록지 않다.

금융위 관계자는 "마음으로나마 함께 좋아하는 취미를 즐기면 좋겠다는 뜻으로 생각한 아이디어"라며 "취임 이후 줄곧 생산적 금융과 포용적 금융을 강조하며 후배들을 다독이는 선배에 대해 고마움이자 존경심으로 유니폼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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