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수출 호조와 정부의 재정확대 정책에 힘입어 경기 회복세가 완연하다는 평가 속에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와 내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한국은행을 비롯해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내외 주요 기관들이 성장률 전망치를 일제히 상향 조정하고 있는 대열에 KDI도 올라탔다.

KDI 전망은 정부가 이달 중에 발표할 내년 경제정책방향의 근거 자료가 된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KDI는 6일 발표한 '2018년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1%로 제시했다. 지난 4월 제시한 2.6%보다 0.5%포인트(p) 높다.

KDI는 또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에 제시한 2.5%보다 0.4%p 높은 2.9%로 올려 잡았다.

한국은행이 제시한 전망치와 같지만, IMF와 OECD 전망치인 3.0%보다는 0.1%p 낮다.

이는 올해 전망치보다 낮은 것으로, 견조한 성장 흐름은 유지되겠지만, 수출 성장세가 다소 둔화하고 내수 소비 개선에도 불구하고 투자 증가세가 약화할 수 있다는 것에 근거한 것이다.

KDI는 현 경제 상황과 관련, 제조업을 중심으로 생산이 빠른 증가세를 나타내면서 성장률이 개선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서비스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가운데 제조업생산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부동산 규제로 직격탄을 맞은 건설업 부진을 보완하고 있다고 봤다.

특히 소비 증가세가 상대적으로 완만하게 진행되고 있음에도 투자가 비교적 높은 증가율을 유지하면서 내수도 양호한 흐름을 보인다고 판단했다.

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수출의 경우 반도체를 비롯한 IT 관련 산업을 중심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수출 증가가 반도체 경기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개선을 견인하는 제조업생산의 증가 구조도 반도체 생산에 편중된 모습을 보이고, 내수 지표 중에서 가장 견실한 증가세를 보이는 설비투자도 반도체 기업들의 제조장비 확충에 의존하는 정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반도체 편중으로 고용도 가시적인 개선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KDI는 "성장률과 고용 간의 동조성이 이미 약화한 상황에서, 최근의 경기 개선이 취업계수가 낮은 제조업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은 고용의 본격적인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올려 잡았음에도 경기 개선 추세가 특정 분야에 크게 의존하는 구조여서 지속 성장 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우려다.

KDI는 "대외 수요의 확대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성장에 긍정적이지만, 세계 경제의 회복이 ICT 산업을 중심으로 진행됨에 따라 우리 경제도 반도체 등 일부 산업에 의존하는 모습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단기적 경기 개선도 반도체 가격 하락 및 유가 상승 등 교역조건 악화의 충격이나 주요국 정책 및 지정학적 불확실성 등의 위험요인에 대해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KDI의 내년 경기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다.

수출은 세계 경제 성장률이 견고하게 유지되면서 완만한 증가세가 지속하는 반면에 내수는 소비의 개선에도 불구하고 투자 증가세가 낮아지면서 다소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민간소비는 금리상승에 따른 이자비용 상승이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봤다. 다만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과 일자리 관련 정책에 따른 효과가 나타나 올해의 2.4%보다 높은 2.7%로 전망했다.

설비투자는 수출 확대로 투자수요가 증가하겠지만, 반도체를 제외한 다른 업종의 가동률이 낮은 수준을 기록하면서 증가 폭은 올해의 14.7%에서 3.0%로 빠르게 축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무엇보다 건설투자가 사회간접투자(SOC) 예산 삭감으로 토목 부문이 부진을 지속하는 가운데, 주택건설을 중심으로 건축부문도 둔화해 최근의 증가세가 비교적 많이 축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경상수지는 785억 달러로 올해(790억 달러)보다 소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순수출이 확대되겠지만, 수출가격 상승 폭의 축소로 교역조건이 악화하면서 흑자 폭이 올해와 비슷할 것이란 전망이다.

내년 소비자물가는 1.5%로 올해의 1.9%보다 낮게 봤다. 민간소비가 비교적 빠르게 개선되겠지만, 유가 상승의 일시적 영향이 사라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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