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월가 주요 투자은행(IB)이 업계 '브로커 영입 협약'을 연이어 탈퇴하면서 관련된 논란도 확산하고 있다.

미국 금융투자회사 레이먼드제임스의 태시 엘윈 회장은 10일(현지시간) CNBC를 통해 "일부 은행의 협약 탈퇴로 투자자문업이 제조업계나 유통업계가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레이먼드제임스는 협약 회원사다.

지난 2004년 월가 다수의 금융회사는 브로커 영입 협약을 체결했다. 이 협약은 업계 내 브로커의 더욱 자유로운 이직을 보장하는 것으로, 질서있는 이직 시스템을 만들어 회사 간에 소송이나 중재 청구 건수를 제한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협약에 따르면 회사 내 브로커는 재직 당시 거래한 고객의 정보를 이직할 경우에도 제한적으로 활용해 새 직장에서도 고객과 연락을 이어갈 수 있다.

최근 들어 대형 IB를 중심으로 이런 협약을 탈퇴하는 움직임이 생겨났다.

공격적인 외부 영입보다는 기존의 인력을 지키는 데 초점을 둔 기관들이 브로커의 이직 자율성을 더욱 제한하기 시작한 셈이다. 모건스탠리가 지난 10월 협약에서 탈퇴한 데 이어 UBS는 이달 1일부로 협약을 파기했다.

엘윈 회장은 "협약이 흐트러지는 것은 매우 괴로운 일"이라며 "브로커가 이직할 경우 고객에게 충분히 관련 사실을 알리지 못하는 만큼 현재의 협약 내용은 (오히려) 충분치 않은 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브로커의 이직 장벽을 허물기 위해 더욱 강화된 협약이 마련되어야 하지만, 대형 기관은 오히려 협약을 등지고 있다는 게 그의 비판이다.

엘윈 회장은 "두 대형사의 탈퇴는 마치 브렉시트(Brexit)와 같다"고 덧붙였다.

의료계에서는 환자가 의사를 따라 병원을 옮길 때 이전 병원에서 의료 기록을 전송하는 것이 상식이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도 업계 경쟁력을 떨어트리는 요인이라는 얘기다.

한편, 모건스탠리와 UBS 등은 수익성 악화 속에 브로커 영입 협약 탈퇴는 불가피한 수순이라는 입장이다.

브로커 규모를 양적으로 키우기보다 양질의 소수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브로커 이직에 대한 장벽을 쌓아둘 필요가 있다는 게 이들 회사의 주장이다.

이런 변화는 주요 기관들이 다수의 중개인을 거닌 중개회사에서 소수의 고급 자문인을 꾸린 독립적 자문회사로 변화하는 단계라는 해석도 나온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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