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홍경표 기자 = KB금융지주에 이어 하나금융지주까지 국민연금이 금융권 주주총회 의결권 행사의 '키'를 쥐게 됐다.

KB금융 사외이사 결정에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가 거셌고, 감사원으로부터 이사 선임 결정에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도 받아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연임 주총을 앞두고 국민연금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EB하나은행 노조는 하나금융의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과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에 김 회장 연임 반대 의견서를 발송했다.

KEB하나은행 노조는 김 회장으로 인해 하나금융 '최고경영자(CEO)' 리스크가 불거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견서에는 이상화 전 하나은행 본부장의 인사 비리와 아이카이스트 부실 대출 의혹, 금융당국의 '셀프 연임' 견제, 김 회장을 은행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시민단체의 움직임 등이 담겼다.

국민연금은 하나금융 주식의 9.64%를 보유한 최대 주주로, 김 회장의 연임을 결정짓는 3월 주주총회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게 됐다.

국민연금은 하나금융 뿐만 아니라 지난해 11월 KB금융지주 사외이사 선임 주총 의결권 행사에서도 논란의 중심에 섰다.

KB금융 지분의 9.66%를 보유한 단일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은 국내외 의결권 자문기구의 반대에도 KB금융의 노조 제안 사외이사 선임 안건을 찬성했었다.

KB금융 노조가 사외이사로 추천한 인물은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등을 지낸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로, 문재인 대통령의 노동이사제 도입 공약과 함께 해당 안건의 통과 여부가 주목됐다.

국민연금이 KB금융 의결권 행사 결정을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가 아닌 자체 내부 투자위원회에서 진행해 외압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었다.

하나금융 역시 KB금융과 마찬가지로 국민연금이 최대 주주고, 기관투자가들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시장에서는 국민연금의 결정에 주목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감사원이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가 일관성이 없다고 지적해 국민연금이 의사결정에 더욱 신중을 기할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은 합병과 이사·감사 선임, 보수 한도 등의 의결권 행사에서 국민연금이 구체적인 내부 판단 기준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국민연금 사외이사와 감사 후보자 찬반과 관련해 이해 상충과 독립성 취약 등의 판단이 정확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김 회장 연임은 의결권 행사에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은 이후 이뤄지는 의사결정이어서, 국민연금이 명확하고 투명하게 의결권 행사를 하지 않으면 정당성 논란이 다시 일 수 있다.

KEB하나은행 노조는 "현재까지 불거진 문제들에 비춰봤을 때 김 회장의 CEO 리스크는 간과할 수 없는 수준이다"며 "국민연금이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해 적절한 의견을 반영해달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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