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한용 기자 = 국회 입법조사처가 보험금청구권 소멸시효 문제에 대한 의견을 제시해 보험업계 안팎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 문제와 관련한 논란이 보험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줬고, 소비자 피해를 양산하는 단기소멸시효제도 등을 개선해야 한다는 게 국회 입법조사처의 시각이다.

◇ 왜 논란이 됐나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회 입법조사처는 최근 내놓은 현안보고서에서 생명보험사들의 재해사망특약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촉발한 보험금청구권 소멸시효제도가 사회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켰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2016년 5월 보험가입 후 2년이 지나 피보험자가 자살한 경우 보험사가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대다수 생보사는 그러나 재해사망특약의 보험금청구권이 2년(상법 개정으로 현재는 3년) 시효로 소멸했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다.

이에 대한 상속인들의 소송 제기에 대법원은 2016년 9월 시효가 지난 보험금청구권은 소멸했다고 판시했다.

생보사들은 대법원 판결에 따라 소멸시효가 지난 건은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금융당국이 중징계에 나서자 2017년 초 전액 지급한다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국회 입법조사처 관계자는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는 대법원 판결은 보험금청구권 소멸시효에 대한 논란을 증폭시켰다"며 "20대 국회에선 소멸시효에 대한 다양한 법안이 발의돼 입법 차원의 보완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 현황과 문제점은

민법상 채권은 10년간, 상법상 채권은 5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시효가 완성된다. 보험금청구권은 상법상의 채권이지만, 보험사업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따로 규정을 둬 시효를 3년으로 정했다.

이같은 단기소멸시효는 시장에서 소비자 피해를 양산하고 있다.

재해사망특약 소멸시효와 관련한 대법원 판결에서 보험사가 승소해 보험금을 받지 못하는 소비자가 나타났고, 보험사고 후 장기간의 상해치료로 장해등급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3년이 지나 보험금을 청구하지 못하는 사례도 있었다.

단기소멸시효 문제와 함께 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명확하지 않은 점과 소멸시효 중단 및 정지 사유에 대한 규정이 보험업의 특수성을 반영하고 있지 않은 점, 보험사들이 설명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점 등도 문제로 지목됐다.

국회 입법조사처 관계자는 "자살보험금 사건과 관련해 보험사가 설명 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다면 소멸시효를 이유로 보험금을 수령하지 못하는 사례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 개선 방안은

국회 입법조사처는 보험금청구권 소멸시효를 일반적인 상법상의 채권 소멸시효인 5년으로 연장하는 것 등을 포함해 소멸시효 기간을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보험금청구권 소멸시효와 관련해 단기소멸시효의 특례를 인정할 합리적 이유가 없고, 복잡한 소멸시효 체계로 인해 법적 혼란과 분쟁이 발행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회 입법조사처 관계자는 "보험금청구권에 대한 단기소멸시효 제도 자체는 인정하면서 그 틀 안에서 실질적인 소비자의 권리행사 여지를 넓히는 방안과 단기소멸시효 제도 자체를 폐지하는 방안을 깊이 있게 비교·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와 함께 소멸시효 기산점을 명확히 하고, 소멸시효 중단 및 정지 사유를 구체화하는 한편 보험사의 설명 의무를 강화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험업계는 보험금청구권 소멸시효 관련 입법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생보사 관계자는 "여러 법안이 발의돼 논의 중인 만큼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며 "국회에서 법적 개선 방안이 나오면 그에 맞춰 현장에서 개선 노력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생보사들은 현재 미지급 자살보험금을 전액 지급한 상태다.

2016년 2월 기준 자살 관련 미지급 보험금은 총 2천980건에 2천464억 원이다. 이중 소멸시효 경과 건은 2천314건(78%)이며 금액으론 2천3억원(81%)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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