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남승표 김경림 기자 = 대신그룹의 주택사업인 '나인원한남'이 고분양가 문제로 분양보증심사에서 발목이 잡혔다. 분양보증기관인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분양가에 대한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 분양보증을 거절할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대신그룹이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됐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신그룹의 나인원한남 시행사인 대신F&I가 HUG에 분양보증심사를 신청한 지 한 달이 지나도록 분양보증 승인을 받지 못하고 있다.

주택사업자가 착공과 동시에 입주자를 모집하려면 토지의 소유권을 확보하고 HUG의 분양보증을 받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분양보증은 사업자의 신청을 접수한 뒤 사흘이면 처리여부가 결정됐다. 지금까지 분양보증심사가 사흘을 넘긴 것은 지난 2016년 개포주공 3단지를 재건축한 디에이치 아너힐즈가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HUG는 고분양가 책정에 따른 사업성을 이유로 분양가 조정을 사업자에 요구해 관철했다.

나인원한남의 분양승인이 해를 넘기도록 지연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일대에 주택 355호를 분양하는 이 사업의 분양가는 3.3㎡당 평균 분양가가 6천만원을 훌쩍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HUG의 한 관계자는 "총 사업비의 80%를 분양보증하는데 300여세대 사업장의 보증액이 1조원을 훌쩍 넘어선다"며 "이런 소규모 단지에 보증액이 1조원을 넘어서는 것은 전례가 없는 만큼 사업자와 분양가 조정을 협의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끝내 분양가 조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분양보증을 거절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문제는 이미 대신그룹이 나인원한남의 토지대금 6천여억원을 모두 지불한 데다 사업비의 상당 부분을 차입했다는 점이다.

사업시행사인 대신F&I의 투자설명서를 보면 나인원한남은 선순위 6천500억원, 중순위 1천500억원, 후순위 1천억원으로 나눠 프로젝트파이낸스(PF) 투자자 모집이 완료됐다. 선순위와 중순위의 금리는 각각 4%와 6% 수준으로 알려졌으며 대신F&I는 1천500억원을 후순위 대여했다.

당초 11월 분양계획이었으나 분양보증 문제로 2개월가량 늦춰진 셈인데 PF자금 인출일 기준으로 분양률에 따라 대신F&I의 자금부담이 늘어나는 구조다.

시공사인 롯데건설이 책임준공을 맡은 만큼 준공 위험은 낮지만 분양승인이 늦어지면 그만큼 대신의 사업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

여기에 최근 HUG의 관할 부처인 국토교통부가 고분양가 억제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해 분양보증 승인 거절 가능성이 점차 고조되고 있다.

박선호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지난 9일 간담회에서 "서울 주택을 사면 언제든 돈을 벌 수 있다고 일부에서 얘기하는 등 일종의 미신이라고 생각한다"며 "HUG의 분양보증과 관련해서 고분양가 문제를 관리할 수 있는 장치가 현재도 작동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나인원한남이 후분양제로 돌아서면 사업구조를 원점에서 다시 구성해야 하는 등 출혈이 예상되지만 부지매입가격이 예상보다 낮았던 만큼 손해를 입을 가능성은 작을 것으로 예상됐다.

한 증권가의 애널리스트는 "1조원을 호가하던 부지를 6천억원에 매입한 만큼 3.3㎡당 분양가가 4천만원대로 떨어지지 않는다면 손해를 보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대신이 가져갈 수익 감소는 피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한편 대신측은 현재 진행 중인 사안이라는 점을 들어 입장 표명을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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