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삼성이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돌아오기 위한 채비를 마쳤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개인적으로 전경련 활동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지 7년 만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출처: 연합뉴스 자료 화면]

삼성전자는 지난 18일 임시 이사회를 개최했다. 당초 보험 계약 변경을 의결하기 위한 자리였지만,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로 새출발하는 전경련의 회원 복귀안까지 이사들에 보고됐다.

삼성전자 이사회에 해당 안건이 공식적으로 오른 만큼, 나머지 계열사인 삼성SDI,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등도 금명간 한경협 복귀 안건을 이사회에서 다룰 공산이 크다.

2016년, 국정농단 사건으로 국회 증인으로 선 이재용 회장은 전경련과 거리두기를 공식화했다.

전경련은 이 회장의 조부인 이병철 삼성 창업 회장이 설립한 조직이다. 1961년 이병철 창업 회장은 일본의 게이단렌(경단련)을 참고해 전경련을 세우고 초대 회장을 지낸 바 있다.

이재용 회장의 발언을 기점으로 주요 그룹들은 전경련과 선 긋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탈퇴를 공식화한 곳은 LG그룹이었다. 이후 삼성전자를 비롯해 5개 계열사가 줄줄이 전경련을 떠났다. 이후 이재용 회장은 국정농단 피의자로 수감되는 등 자연스럽게 전경련 활동을 할 수 없게 됐다.

그로부터 7년, 무엇이 이재용 회장의 마음을 돌렸을까.
사실 삼성 입장에선 전경련에 적극적으로 재가입을 할 이유도, 필요성도 없는 상황이다. 기부금만 내고 얻을 수 있는 실익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전경련에 기대할 수 있는 건 싱크탱크 기능이다. 삼성 및 4대 그룹이 한국경제연구원의 회원사로 남아있던 이유이자 전경련이 한경연 흡수 통합으로 기존 회원사를 승계하겠다는 꼼수 전략을 보인 배경이다.

이에 삼성은 공을 삼성준감위로 넘겼다.

삼성준감위는 국정농단 사건 이후 사법부의 권고에 따라 삼성의 준법 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설치된 조직이다. 정경유착 폐해를 막기 위한 조직이, 정경유착의 온상으로 꼽힌 조직에 돌아가는 데 어떤 의견을 내놓는지에 따라 입장을 결정하겠다는 의도다.

준감위가 짊어진 무게가 너무 무거웠다. 준감위가 삼성의 전경련 복귀에 대해 어떤 의견을 내놓느냐에 따라 나머지 그룹들의 재가입 여부도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재계 1위 기업인 삼성의 움직임은 다른 기업들에도 암묵적인 일종의 바로미터로 작용한다.

준감위는 부랴부랴 지난 16일 한경연 회원 유지 관련 임시 회의를 열었다. 2시간이 넘는 난상토론에도 위원들은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결국 이틀 뒤인 지난 18일 오전 7시에 다시 2차 임시회의를 개최하기에 이른다.

삼성전자 및 계열사들의 전경련 재가입이 세간의 이슈로 떠오른 뒤, 준감위는 지속해서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다. 조직의 태생 자체가 정경유착 방지에 있는 만큼, 전경련이 기존 같은 폐단을 반복할지, 진정한 의미의 혁신을 보일지가 지금 상황에서는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마침내 18일 오전 9시 45분. 이찬희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은 입을 열었다. "전경련에 가입하는 경우, 정경유착 위반 행위가 있을 경우 즉시 탈퇴할 것을 권고한다." 준감위가 최종적으로 삼성 경영진에 전달한 내용이다.

주목할 대목은 이찬희 위원장의 '확신'이다.

이 위원장은 "삼성이 과거처럼 정경유착에 개입하는 일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최소한 준법감시위원회의 통제와 감시하에서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준감위는 삼성 계열사들의 내부거래는 물론 외부 후원 계획을 보고받고 승인하는 역할을 한다. 전경련이 외부 조직인 만큼, 여기에 기부금을 출연하려면 준감위 승인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는 의미다.

결국 이찬희 위원장의 발언은 준감위의 책임에 대한 자신감과 다짐이라고 볼 수 있다. 재계 입장을 대변할 조직의 필요성과 과거의 상처 사이에서 내린 결론이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4대 그룹의 한경협 재가입을 기존의 어떤 로비나 정부와의 유착 프레임에서 볼 것이 아니라, 한국경제연구원의 회원사 자격 유지라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글로벌 산업 패권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한경연 성격을 계승하는 조직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기업금융부 김경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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