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IBK기업은행이 3천300명의 비정규직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하면서 내부에서 말들이 많다.

일부 정규직 직원들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노노(勞勞) 갈등' 양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기업은행 노사는 지난 1일 열린 시무식에서 창구텔러와 사무지원, 전화상담 등 업무를 수행하는 3천300명의 무기계약직 직원을 올해 상반기까지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준정규직 처우개선을 위한 노사공동 선언문'을 발표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에 맞춘 계획이었다.

하지만 정규직 직원들 사이에서는 취지에는 공감하고 노사가 공동으로 합의한 사항이어서 존중한다면서도 새로운 직급 신설없이 비정규직을 일괄적으로 5급 정규직으로 전환하는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대규모 정규직 전환으로 발생할수 있는 인건비 상승에 대한 부담이 고스란히 정규직에 전이될수 있고, 향후 인사상 불이익이 초래될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그간 정규직으로 전환한 비정규직 직원들의 경우 내부 시험에 합격해야만 했는데 이번의 경우는 그러한 과정도 배제돼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한다.

이와 함께 외환과 기업금융(IB) 등의 업무를 맡는 전문직원들은 대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이번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한 것 또한 역차별이라는 주장도 있다.

비정규직 직원들도 마냥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연차가 높은 직원들은 정규직 전환으로 호봉체계가 바뀌면 오히려 임금이 줄어들수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한 직원은 김도진 행장과 나기수 노조위원장, 정규직 직원 1만여명에게 사내 이메일을 보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직원은 "노사가 충분한 이해와 설득 없이 결정했다"면서 "승진 적체와 임금, 정원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은 마련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기업은행 직원들이 이용하는 블라인드 게시판에도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

한 직원은 "정당한 노력 없이 갑자기 얻어진 과실을 받은 자(비정규직)와 오히려 불안감만 커진 정규직 직원들 간 분열과 갈등만 조장했다"고 꼬집었다.

다른 직원은 "정규직 일괄전환이라는 대의명분을 앞세워 정규직 직원들의 의견을 듣지 않고 결론 내 버렸다"며 노조를 비판하고, "정규직 전환 직원들에 축하를 해줘야 마땅하지만 논란의 불씨만 지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정규직와 비정규직 직원 사이에서도 서먹한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한 직원은 "서로 불만이 있다는 건 잘 알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가능한 많은 직원이 받아들일 수 있는 방안을 노사가 협의해 왔다"면서 "일부 불만이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현재로는 결정된 것을 그대로 추진한다는 데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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