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금융당국의 잠정 중단 요청에도 하나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가 회장 선임 절차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양측간 정면 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회추위가 추린 16명의 후보자 중 외부출신 인사 다수가 회장직 도전을 고사한 것으로 확인돼 향후 유효경쟁 여부를 둘러싼 양측간 갈등도 재점화할 것으로 보인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 회추위는 이날 시내 모처에서 회장 후보 16명 중 희망자를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해 16일 최종 후보군(숏리스트) 3~4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회추위는 22일 심층 인터뷰를 거쳐 최종 후보를 선정까지 끝낼 예정이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주 하나금융 회추위에 회장 선임 일정을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나금융의 중국 투자와 KEB하나은행의 아이카이스트에 대한 부실대출 의혹, 채용비리 등의 검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결과가 나올 때까지 몇 주만 미뤄 달라는 요구였다.

금감원은 검사 결과에 따라 경영 공백 등 최고경영자(CEO)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회장 선임 일정을 미루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금감원은 하나금융이 15일로 예정된 회추위를 연기하지 않으면 책임 정도를 높인 공식적인 중단 요구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하나금융에 두 번이나 회장 선임 절차를 보류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결국 강행하기로 한 데 대해 상당히 유감스럽다"며 "공정한 경쟁 없이 연임할 수 있는 환경인지 숏리스트 선정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이 예정된 일정을 얼마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회추위에 절차에 제동을 걸면서 회장 후보군에 들어간 인사들도 당황스러워하고 있다.

회추위가 지난 14일까지 16명의 회장 후보에게 도전 의사를 물어본 결과 내·외부 유력 후보 대부분이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 후보군에 포함된 김병호 하나금융 부회장과 윤규선 하나캐피탈 사장이 우선 인터뷰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영구 전 은행연합회장, 박병원 전 은행연합회장,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 김종준 전 하나은행장, 정해붕 전 하나카드 사장 등 후보군에 포함된 외부 출신 인사들도 인터뷰에 참여하지 않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한 후보는 "대부분의 인사가 인터뷰에 응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회장 선임을 둘러싼 절차 등이 불확실해진 상황에서 도전했다가 망신만 당할 것 같아 거절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후보는 "포기가 아니라 내가 거절한 것"이라며 "회추위가 후보 의사도 물어보지 않은 채 마음대로 결정하는 이런 방식의 회장 선임 절차가 굉장히 잘못됐다고 생각하고, 경쟁에 뛰어들고 싶은 마음이 없다"고도 말했다.

인터뷰에 참여하는 후보가 크게 줄면서 유효경쟁에 대한 논란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유효경쟁은 현직 회장의 연임 시 회장과 후보군 간 경쟁구도를 의미한다.

금융당국은 현직 금융지주 회장이 회장 후보가 될 때 실질적인 경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보고 있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도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김정태 회장의 3연임을 막을 의도는 없다.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유효경쟁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라고 언급, 경영승계 과정에서 유효경쟁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따라서 회추위가 숏리스트를 선정한다 하더라도 금융당국이 실질적인 경쟁이 성립되지 않았다고 판단할 경우 회추위 결정을 두고 논란이 벌어질수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회추위가 일정 연기 요청을 거부한 만큼 금융당국이 더 강한 압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며 "회추위가 일정대로 최종 후보를 선정한다 하더라도 3월 주총 전에 뒤집힐 수 있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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