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서울과 지방의 주택 경기가 양극화하면서 건설사들의 희비도 규모별로 엇갈리고 있다. 서울에서 수주에 어려움을 겪는 중견 건설사들은 활로 찾기에 고심하는 모습이다.

17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작년 말 중견 건설사의 건설 기업경기실사지수(CBSI)는 66.7을 기록했다. 한 달 만에 15.1포인트가 곤두박질쳤다. 연말에 급히 꺾이며 연중 최저치를 나타냈다.

CBSI는 설문을 통계화한 수치다. 기준치가 100인데 부정적인 응답이 많을수록 낮아진다. 중견업 체감경기가 바닥권을 보이는 셈이다.

같은 기간, 대형건설사의 CBSI는 92.9로 집계됐다. 전월보다 7.2포인트 상승했다. 연간으로 따져보면 대형건설사는 8.3포인트 올랐지만, 중견 건설사는 10.7포인트 내렸다.

건설사의 몸집에 따라 체감경기가 달라진 셈인데 서울과 지방의 주택가격 추이와 유사한 점이 주목됐다. 대형사는 서울의 주택가격 추이에, 중견사는 지방 주택가격 추이에 대체로 동조됐다.

지난 8월 대형건설사의 CBSI가 급작스레 하락한 점도 이를 뒷받침했다.

정부가 서울 전역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고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에 제동을 건 8·2 부동산 대책이 발표됐을 때인데 서울 주택가격이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으며 대형건설사의 CBSI도 회복세로 돌아섰다.







올해도 지방은 공급과잉 등으로 서울과 양극화가 이어진다는 전망에 중견 건설사는 사업 구상에 고심하고 있다. 정부가 규제 일변도의 정책에서 서울과 지방이 함께 사는 묘수를 찾길 바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중견 건설사가 입찰을 통해 수주를 확보할 수 있는 공공택지 개발이나 지방 SOC 발주가 걱정이다"며 "지방에서 개발사업을 해보려고 해도 경기침체와 금리상승으로 투자자와 자금을 모으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서울 재건축 물량은 브랜드 가치가 약한 중견 건설사가 수주하기에는 매우 어렵다"며 "지역에서 사업을 많이 해본 건설사를 도시재생에 참여시키는 방안이나 지역 주택 경기를 평균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규제 완화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연말 발주가 증가하는 계절적인 요인을 고려하면 중견 건설사의 체감경기가 매우 낮은 편이다"며 "신규 공사가 줄어 앞으로도 회복세가 더딜 수 있다"고 내다봤다.

jh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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