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인포맥스) 김대도 기자 = 올해 들어 글로벌 달러 약세 흐름이 가속하고 있음에도 달러-원 환율은 반등을 모색할 정도로 글로벌 통화 움직임과 괴리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1,060원대 초반에 형성된 강력한 하단 인식에 환율 하락 재료에는 둔감하고, 이에 따른 반작용으로 상승 요인에는 민감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달러-원 환율이 당분간 1,060∼1,070원대에서 등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유로 및 엔화, 위안화 강세가 심화하면 원화도 곧 영향권에 들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25일 연합인포맥스 통화별 등락률(화면번호 2116)에 따르면 올해 달러에 견준 원화 가치(전일 기준)는 0.03% 오른 데 불과했다.

영국 파운드(3.5%)와 호주 달러(2.5%), 유로(2.4%), 엔(2.1%), 위안(1.7%), 싱가포르 달러(1.3%) 등과 비교해 절상 폭이 미미했다.

작년 12월부터 보더라도 원화(1.5%)의 절상 폭은 호주달러(5.1%), 말레이시아 링깃(4.1%), 파운드(3.9%), 유로(3.3%), 위안(3.0%), 싱가포르 달러(2.2%), 엔(1.6%)에 미치지 못했다.

이번 주 유로와 엔 등 주요 통화가 달러에 견줘 뚜렷한 강세로 반응하고 있지만, 원화는 사실상 무풍지대였다.

일본은행(BOJ)의 금융정책 결정회의가 있었던 지난 23일 원화 움직임이 대표적이다.

달러-원 환율은 BOJ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결제 수요 등에 소폭 상승하는 흐름이 나타났다. 다른 통화와 차별됐다.

BOJ 결과 이후에는 달러-엔 환율과 달리 밀리지 않았다. 장 마감 후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총재 발언으로 달러-엔이 튈 때는 달러-원도 1,070원대 중반까지 올랐다.

특히 최근 달러-엔 환율은 108엔대를 터치했고, 유로-달러는 1.24달러를 넘어서는 등 글로벌 주요 통화의 심리적 지지선이 허물어지고 있다.

달러-위안 역시 6.34위안대로 밀렸고, 호주 달러-달러 환율은 8.0달러를 웃돌기 시작했다.

반면 달러-원 환율은 1,060∼1,070원 레인지가 공고하다.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1,064~1,065원에 종가를 형성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작년 4분기 이후 급하게 하락한 달러-원 환율이 레벨 부담과 당국 경계심 등으로 속도 조절에 들어간 측면이 크다고 판단했다.

연초만 해도 숏으로 기울어졌던 역외 투자자들이 최근 포지션을 정리하고, 짧은 호흡으로 1,070원 선을 중심으로 달러를 사거나 팔고 있다. 일종의 방향성을 탐색하는 시기로 볼 수 있다.

외환시장의 한 전문가는 "작년에 유독 원화만 급하게 절상된 부분이 반영되고 있다"며 "2주 전 당국 추정 대규모 달러 매수 영향에 시장이 전체적으로 자신감을 잃었다"고 설명했다.

서울 외환시장은 글로벌 달러 분위기를 파악하기 위해 이날 열리는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 회의를 주시하고 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경기가 회복 국면에도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유럽중앙은행(ECB)이 통화 정책을 긴축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부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6월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포르투갈 신트라에서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을 시사했고, 지난달 ECB 의사록에서는 통화정책의 선제안내를 논의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지난밤 뉴욕시장에서 유로-달러 환율은 뉴욕시장에서 1.24달러를 웃돌았다. 2014년 12월 이후 약 3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의 달러 약세 선호 발언과 함께 매파적인 ECB를 예상하는 시각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제 ECB 결과가 나온 이후의 환율 움직임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외국계 은행의 헤드 딜러는 "달러-원 환율은 1,060원 선이 워낙 단단하다. 유로-달러에서 롱이 유리해 보인다"고 말했다.

외환시장 전문가는 "ECB의 통화정책 기조 전환이 반영되고 있어서, 실제 ECB가 매파적이면 이벤트 소화로 유로 및 원화 약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내 은행의 한 베테랑 딜러는 "달러-원은 유럽 이슈와 크게 상관없다"며 "엔이나 위안에 연동하고 있는데, 엔이 강세면 따라갈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 딜러는 "다음 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올해 금리 인상 횟수 힌트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dd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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